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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19 인도 라다크

2019 인도 잔스카르 21일차-라마유루에서 레로

 

 

2019.8.10.

 

 

너무 잘 자고 일어났지만.. 아침에만 화장실을 세 번 갔다.

 

위염과 함께 장염이 생긴 듯 했다.

 

에휴.. 나도 진짜 나이가 들었구나, 겨우 3주 여행으로 몸이 고장나는 걸 보면.

 

그저께 마신 진한 커피가 문제인지, 어제 낮에 숙소 근처의 가게에서 구입한 초코쿠키가 문제인지, 어제 저녁에 먹은 피자와 파스타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어쨋든 안 익혀서 먹은 건 없는데 말이다.

 

 

이 게스트하우스는 바닥에 카페트가 깔려있지 않은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고 다시 한 번 칭찬하며,

 

낭군과 아침식사 후 레를 향해 출발했다.


 

 

: 낭군.. 부인 위가 너무 아파.. 그냥 오토바이 뒤에 가만히 매달려 있을께.....

 

 

열심히 운전하는 낭군 뒤에 매달려서 사진을 찍기는 커녕 구경할 생각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있는 것도 힘들어 낭군 어깨에 기댔다가 고개를 들었다가를 반복하며 이동했다.

 

날씨가 화창했으면 사진을 찍어야 해서 많이 아쉬웠겠지?

 

한참을 이동하다 보니 낭군이 오토바이를 세운다.

 

 

: ?

 

낭군: 체크포인트야.

 

: .. 왜 여길 본 기억이 없지?

 

낭군: 올 때 안 들렸었어. 우리가 그냥 지나쳤나봐.

 

 

체크포인트에 가서 점검받는 건 내 업무 중 하나인데, 그럴 기운조차 없어서 근처 바위에 쪼그리고 앉아 휴식을 취했다.

 

그 뒤로 조금 더 이동하다 보니 조금씩 위와 배 아픈 통증이 가라앉는다.

 

 

: 낭군! 부인 상태 많이 좋아졌어. 이제 사진 찍을 수 있어.

 

낭군: 그럼 아키 들릴까 들리지 말까?

 

: 아직 아키 도착 못 했던 거야? 난 아픈 사이에 지나친 줄 알았네, 들리자!

 

 

그래서 패스할 뻔 했던 아키에 들렀다.




 


우리 오토바이 앞에도 매달아 놓은 알록달록 깃발들이 칭칭 감겨 있어서 인상깊은 다리를 건너 아키쪽으로 들어갔다.

 

메인 로드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도중에 길을 한 번 잘못 들어설 뻔 했으나,

 

바로 뒤따라오던 택시 아저씨가 빵빵거리며 창문을 내리고 그쪽이 아니라고 알려주셔서 즉시 오토바이를 돌릴 수 있었다.

 

 

낭군: 아키는 곰파들이 너무 많아서 유명하대.

 

: 아 그런 지역이야?

 

낭군: 그 중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사원이 있댔는데, 택시들 따라가면 되겠지?

 

 

그렇게 들어간 곳은... 맙소사, 택시들과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 우와.. 레에서 가까워서 접근성이 좋아서 사람들이 많이 오나보다.

 

 

관광객들 중에는 한국인들도 꽤 많았고, 온 몸을 흰색 옷으로 도배한 4~5명의 중국젊은이들도 눈에 띄었다.

 

사원 입구는 가판대에 물건을 잔뜩 올려놓고 파는 상인들이 많아서 지금까지 라다크 지역과 잔스카르 지역을 여행하며 들렀던 여느 곳들과 달랐다.

 

 

낭군: 우리나라 등산하면 입구에 있는 상점들이랑 똑같다.

 

 

그래, 딱 그 모습이었다.

 

가판대를 늘어놓은 상점들 머리 위로는 비를 피하기 위한 비닐도 쳐져 있었다.

 

 

사원은 몇 개의 방으로 구분되어 있었고, 아키 사원이라고 해서 특별히 특징적인 볼 거리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냥 가볍게 산책하는 정도로 구석 구석을 돌아다녔다.

 

입장료가 100루피인 점은 오히려 다른 사원들보다 훨씬 비싸서,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구경하며 돌아다니다 보니 비가 점점 거세졌다.

 

 

낭군: 어쩌지? 비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갈까 그냥 갈까?

 

: .. 하늘이 온통 구름으로 빼곡한데? 기다린다고 그칠 것 같지가 않아. 그냥 가자.

 

 

비를 맞으며 오토바이를 타고 레로 출발했다.

 

포장 도로이긴 했지만, 비를 맞으면서 이동하니 조금 춥기도 했고, 몸도 많이 지쳐있어서 피곤하기도 했다.

 

오히려 레에 도착하자마자 찾은, 낭군이 감탄했던 모모집에 도착해서 테이블을 차지하고 음식을 주문한 뒤 기다리다 보니 하늘이 급격하게 개기 시작했다.

 

 

낭군: 우리 날씨 제일 안 좋을 때 이동했네.. 왠지 억울한데.

 

 

다행히 음식은 맛이있었다.

 

인도에 왔으니 탄두리치킨을 한 번 먹어보긴 해야하지 않겠어? 하고 주문한 치킨은, 한국 인도음식점에서 먹는 탄두리치킨과 맛이 똑같았고,

 

모모는 당연하게도 낭군이 너무 맛있게 한 접시를 먹어치웠다.

 

 

늦은 점심식사 후 숙소로 이동했다.

 

 

낭군: 숙소가 정해져 있으니까 마음이 편하다.

 

 

숙소 입구에는 항상 짐을 들어주고 심부름을 해주던 아저씨(젊은 남자 일꾼인데 이름이라도 물어볼 걸 그랬다.)가 마침 문 앞에 있었다.

 

오랜만에 보니 너무 반가웠다.

 

활짝 웃으며 인사를 하고 항상 우리가 묵던 방으로 올라갔다.

 

짐을 풀고, 빨래할 거리를 하고...

 

오토바이를 반납하러 가야 하는데, 몸이 쉽게 일어나지지 않는다.

 

 

낭군: 가볼까?

 

 

기운을 한껏 내서 오토바이샵으로 이동했다.

 

사장님고 직원들이 모두 샵에 있었고, 손님으로 보이는 듯 한 사람도 있었다.

 

다들 우리를 너무 반갑게 맞아주셨다.

 

 

사장님: 무슨 문제 없었어?

 

낭군: 전혀 문제 없었어요.

 

: 완벽했어요.

 

 

사장님은 우리 대답을 듣고는 활짝 웃으셨다.

 

나 착한 사람이예요-가 드러나는 선한 웃음이다.

 

인도 사람이지만 저렇게 착하고 좋아보이는 사람이 독신주의자라는 게 참 아깝다.

 

오토바이 렌탈비를 지불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낭군: .. 너무 허전하다.

 

: 낭군 허전하구나? 나 그거 알아. 부인이 리브어보드 두번 타고 마지막에 헤어지는 날 느꼈던 기분이야.

 

낭군: 하하하. 부인 진짜. 오토바이 반납했더니 엄청 서운해.

 

 

낭군은 오토바이 앞에 매달고 다녔던 알록달록 깃발도 챙겨왔다.

 

집 어딘가에 매달아 놓고 보면서 기억하고 싶단다.

 

 

: 진짜 이번 북인도 여행 너무 잘했다. 고마워 낭군, 낭군 덕분에 내가 이런 델 다 와보네.

 

낭군: 부인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로코 취소됐다고 북인도는 그냥 가자고 하니까 가는 거라며.

 

: , 그랬었지. 그러니 내가 낭군이랑 결혼 안했으면 북인도는 평생 안 왔을 거 아냐. 그러니 낭군 덕분이지. 북인도 너무 좋아.

 

낭군: 이번 여행 진짜 찐~했다. 하긴, 우리 여행이 안 찐한 건 없었구나.

 


 

저녁으로는 한국인들의 만남의 장소라는 레 카페에서 레몬티와 케익 한 조각으로 해결했다.

 

이제 북인도 안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