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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19 인도 라다크

2019 인도 잔스카르 19일차-랑듐에서 라마유루로



 

2019.8.8.

 

 

8시쯤 기상.

 

방송팀은 7시쯤부터 부산하더니 이미 우리가 일어난 시간에는 체크아웃을 모두 마친 것 같았다.

 

아침까지도 비가 오는 것 같았는데, 8시가 넘으니 해가 반짝 뜨며 창 밖에서 새들이 지저귄다.

 

찬 물로 간단히 세수를 하고 아침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내려갔다.

 

굳이 홀을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식당 테이블에 앉았다.

 

오믈렛과 토스트를 가져다주셨다.

 

오믈렛에 소금을 많이 뿌렸는지 조금 짜서 토스트 한 쪽에 잼을 바르고 오믈렛을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따뜻한 우유도 주셔서 기쁜 마음에 커피를 만들어 먹으려고 했는데, 오늘은 양 조절에 실패하는 바람에 진한 커피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 진한 커피를 마시는 바람에 이후부터 위염으로 고생했다.)

 

한국에서 우유를 데워서 커피를 만들어 마셔봐야겠다.





 

밖은 하늘이 맑게 개서 아주 화창하다.

 

앞 뒤로 전부 풍경이 예술이다.

 

우리가 식사하는 사이에 도착한 여행객 팀은 우리 오토바이가 신기한지 내리자마자 사진을 찍고 바깥 의자에서 휴식을 취했다.

 

오토바이에 짐을 모두 묶고 내가 숙박부를 작성하는 사이에 낭군은 외국인과 함께 사진을 찍어 드렸다고 했다.

 

아마 내 생각엔 낭군을 인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여행객들과 게스트하우스 주인집 아들의 배웅을 받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 우리 앞으로 보이는 경치가 햇빛을 받아서 예쁜데, 우리 입장에서는 등 쪽에서 햇빛이 오는 거라 참 좋다.

 

 

조금 이동해서 사진 찍고 감탄하고를 반복하느라, 얼마 가지를 못한다.

 

역시 파듐으로 들어올 때 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이동했다.

 

마못은 오늘도 여기저기서 잔뜩 튀어 나왔으나, 오늘은 경치에 정신이 팔려서 많이 보지는 못 했다.

 

오늘은 카르길에서 파듐쪽으로 가는 오토바이팀이 있었다.

 

지나가는 모든 아저씨들께 엄지척을 해드리고, 기분 좋게 이동.

 

 

낭군: 근데 짐이 거의 없던데?

 

: ... 침낭도 없고 옷도 안 갈아입나보다.

 

낭군: 오토바이 타는 사람들은 그런가 봐. 아니면 뒤에 서포트 차량이 있나?

 

 

낭군이 말하고 얼마 지나 정말 서포트 차량인 듯 짐만 잔뜩 싣고 가는 차가 한 대 있다.

 

 

: 그럼 그렇지... 아무리 짐이 없어도 최소한의 필요한 짐은 있을 텐데, 이상하다 했어.

 

낭군: 짐 다 실어주고, 여분의 기름 실어주고 저렇게 이동하면...

 

: 걱정이 하나도 없는 거지 뭐.



 



 

카르길에서 파듐까지 가는 길의 체크포인트는 알고보니 총 세 곳이었다.

 

한 곳을 그냥 지나쳤던 거다.

 

 

낭군: 여기 거기야, 누가 막 우리 부르는 데, 우리야? 우리야? 하다가 못 알아듣고 그냥 지나친 길.

 

: , 그랬어?

 

 

앞서 가던 차를 따라가며 아무생각 없이 포장된 도로로 들어가면서 지나쳤던 체크포인트인가보다.

 

... 기록이 없을텐데, 어쩌나...

 

일단 모르는 척 해 봐야지.

 

 

: 안녕하세요.

 

아저씨: 안녕 반가워요. 카르길에서 오는 길인가요?

 

: 아뇨, 잔스카르에서 나오는 길이예요.

 

아저씨: 잔스카르에서 며칠 동안 머물렀어요?

 

: .. 4~5일 정도 있었어요.

 

 

여권과 오토바이 번호로 열심히 기록을 찾으신다.

 

 

: .. 그 날 택시 뒤를 쫓아가면서 지나친 것 같아요. 아마 기록 안 했을지도 몰라요. 장부에 뭔가를 적은 기억이 없어요.

 

아저씨: 택시를 탔어요?

 

: 아뇨, 오토바이를 이용했는데 택시를 계속 쫓아갔어요.

 

아저씨: 그럼 기록에 있을거예요.

 

 

계속 열심히 찾으신다.

 

 

: 아마 기록 없을 것 같은데, 그냥 다시 적으면 안 돼요?

 

 

내 말을 들은 체도 안하고 장부를 뒤적이느라 열심이시다...

 

... 그냥 포기하실 때까지 기다려야겠군.

 

진짜 한참을 장부 한 장씩 뒤져보시더니 결국 포기하고 다시 기록하신다.

 

그래도 인사는 발랄하게 하고 출발했다.

 





수루 마을을 나오는 길에 군인처럼 보이는 사람들 네 명이 우리를 막아선다.

 

영어를 잘 하지 못해서 의사소통은 어려웠는데 대충 길이 막혔다는 뜻 같았다.

 

 

군인1: 앞에 길이 막혔어, 못 가.

 

낭군: 우리 카르길 갈 건데?

 

: 어디에서 길이 막혔는데?

 

군인2: 길이... .......... 가 봐.

 

낭군: 가도 돼?

 

군인2: , .

 

 

왜 길이 막혔다고 하는 건지, 의심스러웠지만 표정이 심각해 보이지는 않았고 일단 가보라니 정말 이상했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다.

 

 

낭군: 그냥 장난친 거 아냐? 설마.. 길이 왜 막혔겠어.

 

: 강물이 넘쳤다는 건가? 길이 차단됐다고는 했어.

 

낭군: 오는 길에 강이 넘칠만한 길이 없었거든.

 

 

그렇게 도대체 뭘까.. 하면서 가고 있는데 길 앞쪽이 심상치 않다.

 

커다란 자동차 타이어 두 개를 길 가온데에 떡 하니 세워 놓고, 내부에 뭔가를 넣었는지 불에 활활 타고 있다.

 

맞은편에서 오던 차들은 불타는 타이어 몇 미터 앞에서 통과하지 못 하고 서 있다.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게 아니라,

 

아마도 그 마을 청년들이 죄다 몰려나온 듯, 수십 명의 젊은 청년들이 각자 손에 무기가 될 만한 막대기들을 들고 차가 지나갈 수 없도록 통제하고 있었다.

 

처음 이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는 진짜 놀랐다.

 

 

: 뭐지?

 

낭군: 뭐야 이게?

 

 

겁을 집어먹은 우리가 오토바이 속력을 줄이고 적당히 멀찌감치 떨어져 세우려고 하자, 우리를 발견한 청년들이 무더기로 손을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우리는 통과시켜주겠다는 건가? 진짜 뭐지?

 

일단 조심조심 하며 불타는 타이어 옆을 지나쳐서 장소를 벗어났다.

 

10m 앞쪽에서는 청년이 아닌 마을 사람들-아주머니, 아저씨, 아이들-이 나와서 이 광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 마을 사람들 앞에 오토바이를 세웠다.

 

 

: 무슨 문제가 있어요?

 

낭군: 무슨 일이예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상황이 궁금해서 질문했다.

 

뭔가 문제가 있어서 그에 대한 대응으로 시위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정의구현을 얘기해 가며, 매우 당당하고 자신 있게 웃는 낯으로 자세히도 설명해 주신다.

 

내가 영어 해석을 못 했다는 게 문제지......

 

일단, ~~~! 하고 공감한다는 듯 한 표정을 지은 후 자리를 벗어났다.

 

 

: 낭군, 뭐야 무슨 일이래? 무슨 justice 어쩌구 하던데?

 

낭군: 모르겠어. 근데 잔스카르 지역 자치구 선포된 거랑 관련 있지 않을까?

 

: 응 그거에 대한 항의인가 봐. 도대체 잔스카르 자치구 선포가 무슨 장점이 있는 거지? 다른 지역에는 어떤 피해가 있는 거고? .. 궁금하네

 

낭군: 신문 찾아보고 싶다. 신문 뒤져보면 기사로 나와 있을 것 같아.

 

 

여기서 만난 시위 현장을 두고 아까 그 군인들이 길이 막혔다는 얘길 했던 것 같다.

 

아마 우리는 외국인이라서 통과시켜 준 건가 싶다.

 

인도 사람들의 정치적인 문제이지, 여행을 온 외국인이야 이런 상황을 알 길이 없으니까.




 

 

조금 이동하니 이번에는 군인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직경 1미터 정도의 원이 반복되어 나선형으로 꼬여져있는 형태의 철조망이 도로 한가운데에 놓여져 있고, 맞은편에는 트럭이 정차해 있었다.

 

역시나.. 우릴 막으려나 싶어 오토바이 속도를 줄이고 주춤했으나, 우리한테는 지나가도 된다는 손짓을 하는 걸로 보아 외국인은 통과시키거나, 잔스카르에서 나오는 방향의 차량은 통제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인 듯 했다.

 

 

낭군: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가 본데?

 

: 응 진짜 도로를 아예 통제하는 중이구나... 좀 놀랍다.

 

 

도로 통제는 이후에 더 심각한 장면으로 마주했다.

 

이번에는 늘어서 있는 차들이 100대가 넘어보였다!!

 

인도사람이건 여행자인 외국인이건 할 것 없이 죄다 찻길에 양쪽으로 차를 주차해 놓고 아무도 진입하지 못하고 있었다.

 

양쪽으로 늘어선 차들의 가온데로 유일하게 오픈되어 있는 정중앙 공간으로는 군인들을 잔뜩 태운 커다란 군대 트럭만 줄지어서 들어가고 있었다.

 

 

낭군: 군인들을 투입하나봐... 군대 차량만 통과시켜 주네.

 

: 나머지 차들은 저렇게 서서 기다리고 있으면 나중에 통과시켜 주긴 하는 거야? 대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거지? , 사람들이 4~5시간 시위했으니 이제 됐다~ 하고 그만두진 않을 거 아냐.

 

낭군: 일단 우리는 진짜 다행이긴 하다.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시위가 더 심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우리는 지금 잔스카르를 나오고 있어서...

 

: , 우리 페루 쿠스코에서도 사람들 데모하는 거 봤었잖아, 진짜 우리 여행할 때 기가 막힌 타이밍이 많은 것 같아.

 

낭군: 그래, 그 때도 그랬었지.

 

 

그렇게 세 번의 도로통제 상황을 통과하고, 꽤 긴장하기도 했고 이동 시간도 오래 되어 카르길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카르길 도착이 오후 2시이니, 거의 5시간을 이동한 셈이었다.

 

카르길에 거의 도착하여 도시로 들어가려는데...

 

 

낭군: ? 여기도 막혔네? 부인, 이 길로 가면 되는 거 맞아?

 

 

이동하던 방향 그대로 직진해서 카르길 시내로 들어가야 하는데, 직진 도로가 폐쇄되어 있다.

 

우회로로 돌아서 가게 되어 있다.

 

 

낭군: 이거.. 카르길 전체가 막힌 거 아냐? 이 길로 따라가면 카르길로 올 때 들렀던 주유소가 나와.

 

: 일단 그 쪽으로 가보지 뭐.

 

 

길을 살짝 우회하여 주유소 방향으로 이동했다.

 

주유소 옆 길로도 카르길 시내로 들어가는 도로가 있었다.

 

그리고.. 그 도로 역시 군인들이 차단하고 있었다.

 

 

낭군: 안녕하세요, 카르길로 들어가고 싶은데요.

 

: 카르길로 가는 길 막혔나요?

 

 

인도 사람들이라고 모두 다 영어를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여기서 알았다.

 

우리가 말을 걸었던 군인이 영어를 못 알아들었다.

 

대신 같이 서 있던 다른 군인이 대응을 한다.

 

 

낭군: 카르길에 가서 점심만 먹고 다시 나와서 레로 갈거예요.

 

군인1: 얘네 점심만 먹고 레로 간다는데? 그럼 들여보내줄까? (소곤거리며 매우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군인2: 안 돼. (우리한테 등 돌리고)

 

군인1: 허가되지 않아....(매우 미안한 듯한 말투로 소심하게)

 

낭군: 알았어요.

 

 

쿨하게 돌아섰다.

 

 

낭군: 좀 웃기지 않았어?

 

: , 엄청 고민하는 게 보였어. 점심만 먹고 레로 간다니까, 그럼 괜찮지 않나 하고 고민하는 것 같더라.

 

낭군: , 좀 더 조르면 빨리 점심만 먹고 나오라고 할 것 같은 분위기였어.

 

: , 여기도 군인들이 젊어서 그런 것 같아. 다들 이십대로 보이던데 뭘.

 

 

그런데, 문제는, 주변의 모든 상가가 문을 닫았다는 점이었다.

 

도로만 통제된 게 아니라 주변의 상가들이 죄다 문을 닫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심각한 상황에 돌아다니는 차도, 오토바이도, 사람도 없고,

 

아주 가끔씩 마을 사람들 몇 명이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사람들이 우리가 지나가면 다들 주목하고 쳐다봤다.

 

 

: 일단, 이 장소를 빨리 벗어나야 할 것 같아. 한식당 아저씨 말씀으로는 라마유루는 분위기 괜찮다고 했었어.

 

낭군: 그래, 가다가 적당한 데 문 연 곳 있으면 점심 간단히 먹자.

 

 

카르길을 벗어나 물벡에 갈 때까지 마땅한 레스토랑이 없었고, 지나다니는 차는 더더욱 없었다.

 

정말 길이 한적했다.




 

 

카르길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길가의 레스토랑이 문 연 것을 보고 오토바이를 정차시켰다.

 

이미 시간은 3시를 넘어 점심시간 타이밍도 놓친 상황.

 

레스토랑에 들어가 플레인 오믈렛과 샌드위치, 음료를 간단히 주문했다.

 

그러고선 음식을 기다리는데, 동네사람인 듯 한 아저씨 한 분이 말을 걸어오신다.

 

 

아저씨: 어디서 왔어?

 

낭군: 한국이요. 오면서 보니까 카르길이 차단됐던데 무슨 일인가요?

 

아저씨: .. 문제가 있어. 어제.. 아니 그저께구나.. 정부에서 어떤 사안을 발표했는데, 그게 좋지 않은 결정이었거든. 거기에 대한 항의인거야.

 

 

, 역시 잔스카르 지역 자치구 선포와 관련된 게 맞구나.

 

아저씨 말씀에 따르면, 이슬람교와 불교간의 대립이라고 하셨다.

 

잔스카르가 잠무-카슈미르주에서 독립되어 나오는 것을 이슬람교는 반대하고, 불교는 찬성한다는 거였다.

 

 

낭군: 사실 저희는 어제까지 잔스카르에 있었는데요, 거기는 지금 사람들이 축제를 하고 있어요.

 

아저씨: 그래, 그 지역 사람들이야 기쁘겠지. 하지만 이슬람 사람들은 다 화가 나 있어. 그래서 상점들도 전부 문을 닫았거든. 다 같이 작정하고.

 

 

우와.. 작은 종교전쟁 같은 거구나.

 

아저씨는 한국에도 무슬림이 있는지,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해 하셨다.

 

한국에도 별별 종교가 많이 있지만, 다 같이 잘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상황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셨지만, 우리가 북한의 종교적 분위기에 대해서는 정말로 문외한이라.. 아는 게 없다고 말씀드렸다.

 

 

: 오늘 진짜 스펙터클한 날이다.

 

낭군: , 진짜 스펙터클하다.

 

: 한쪽에선 좋아서 춤추며 축제를 벌이고 있는데, 바로 옆 마을에서는 타이어에 불 붙이고 시위하면서 분위기 험악한 거잖아.

 

낭군: 우리는 운이 좋은 거야 나쁜 거야? 별 거 다 본다.




 

라마유루에 도착해서는 지난번에 잔스카르로 가는 길에 점심을 먹으러 들렀던 게스트하우스로 직접 찾아갔다.

 

우리가 보기에 이 마을에서 가장 깨끗한 건물이었고, 무엇보다 식당에서 보이는 뷰가 최고였다.

 

그런데, 정부차량이라고 적혀 있는 차 한 대가 마당에 세워져 있었고, 이 사람들이 모든 방을 사용해서 빈 방이 없다고 했다.

 

바로 옆 건물-우리가 보기에 이 마을에서 두 번째로 깨끗한 건물-역시 빈 방이 없단다.

 

이 곳에서는 사원 쪽의 방을 알아보라고 하며, 가격은 800루피를 부를 거라고도 알려주셨다.

 

정말, 마치 사원의 일부처럼 보이는, 사원에 속한 듯 한 위치의 사원 입구 바로 앞 호텔도 800루피, 근처의 게스트하우스도 800루피를 불렀다.

 

놀랍게도 호텔이라는 이름을 간판으로 내걸었으면서 공용 화장실과 욕실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차라리 뷰가 좋은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했다.

 

방은 호텔보다 좋지 않았지만 어쨌든 해가 질 때까지 한참 동안을 식당 의자에 앉아 멍하니 경치를 바라보며 시간 때우는 게 우리한테는 큰 매력이었으니까.

 

 

 






해가 진 후 방으로 돌아와서 따뜻한 물을 양동이에 담아 방으로 가져왔다.

 

랑듐 게스트하우스에서와 마찬가지로 꽤 큰 양동이 한 통 만큼의 따뜻한 물을 쓸 수 있었다.

 

 

낭군: 부인! 근데 이거 통 만져봐. 뜨거워.

 

: ? 진짜 물이 뜨겁네! 아싸~ 그럼 머리 감을 수 있겠다.

 

 

랑듐과의 차이점은, 랑듐에서는 미지근한 물 한 통을 줬었는데, 여기는 엄청나게 뜨거운 물 한 통을 주셨다는 점.

 

바가지의 1/5정도 되는 만큼의 뜨거운 물을 담고, 나머지는 찬 물로 가득 채워서 사용해도 충분히 따뜻한 수준이었다.

 

덕분에 오늘은 머리를 감을 수 있었다.

 

 

: 낭군! 샤워해. 장담하는데, 낭군 샤워 충분히 하고도 남을 만큼의 물이야. 이런 상황인 줄 알았으면 나도 샤워 했을거야. 물이 뜨거워서 찬 물을 많이 섞어야 되는 상황이라 샤워가 가능해.

 

 

낭군은 샤워를 하고 나와서 나도 샤워할 수 있을 만큼의 물 양이라며 황당해 했다.

 

양동이에 가득 차게 찬 물을 섞어도 여전히 물이 뜨겁다면서.

 

침구류가 깔끔한 것 같지는 않아서 침낭에 쏙 들어가 잠을 청했다.

 

 

낭군: 이번 여행에서 내복도 최고의 아이템 같아.

 

: 나도 마찬가지야. 내복을 계속 잠옷으로 쓰고 있어. 최대한 깨끗하게 유지하면서.

 

낭군: 나도야.

 


 

나중에 알았지만, 우리가 지난 며칠 동안 여행했던 잔스카르 지역은 여행 철수권고 지역이었다.

 

여행유의, 여행자제 단계를 넘어 철수권고 지역이라..

 

미리 인지했다면 아마 우리 성격에 위험하니 가지 말자고 했을 텐데,

 

북인도에 올 때 계획은 라다크 지역을 보는 것 외엔 아무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잔스카르 지역의 여행 역시 강용해 아저씨의 추천으로 급작스럽게 결정된 사안이라, 이 지역이 안전한지 위험한지 자체를 체크해 볼 생각을 아예 못했었다.

 

잔스카르 지역 여행 내내 와이파이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으니 관광 정보조차 찾아볼 길이 없었는데 뭘.

 

알고 보니 인도 델리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외교부에서 잔스카르 지역 철수권고안내 문자메세지가 와 있었던 거였으나,

 

우리가 여행할 지역이 아니라서 들어보지 못한 지명이라 머릿속에서 아예 지우고 지냈던 거다.

 

잔스카르에서 나온 후 그 사실을 깨닫고 서로 잠깐 충격받긴 했다.

 

우리, 좀 위험했던 거구나.....

 

무슬림 사람들이 단순한 시위에 그치지 않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을만큼 정말 화가 많이 난 사람이 있다면, 외국인들을 인질로 붙잡고 더 큰 일을 벌였을 수도 있겠구나......

 

도로 구석구석을 통제하고 사람들을 들어오지 못 하게 막는 것이, 이 곳 무슬림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게 아니라, 외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그런 상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