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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19 인도 라다크

2019 인도 잔스카르 16일차-산코에서 파듐으로

 

2019.8.5.

 

 

산코에서의 게스트하우스는 어제 느낀 대로, 우리밖에 손님이 없었다.

 

게스트하우스 건물 셔터 자체를 밤에 내려서 잠그셨다가, 아침 540분쯤 열어주셨다.

 

5시 조금 넘어 눈을 뜬 덕분에, 6시가 되기 전에 아침식사로 어제 미리 사 둔 바나나 두 개를 먹을 수 있었다.

 

6시에 짐을 다 꾸렸으나, 기름통 2개와 배낭들을 오토바이에 묶는 데 시간이 걸려서, 결국 출발 시간은 620.

 

, 이 정도면 선전했지.

 





: 파르카칙(Parkatchik)까지는 길이 좋댔어. 그 다음부터는 비포장이래.

 

 

산코에서 마주친 차 한 대가 우리랑 코스가 같은 듯 했다.

 

앞 차를 따라 천천히 이동하며 한참을 갔다.

 

 

: ? 낭군, 잠깐만 다른 길인 것 같아.

 

 

맵스미에서 알려주는 길과 다른 위치에 있었다.

 

포장된 도로를 계속 따라왔을 뿐인데, 갈림길에서 약 2km가 벗어나 있었다.

 

다시 오토바이를 돌려서 갈림길로 돌아왔다.

 

속상하게도.. 맵스미가 알려주는 길은 비포장이었다.

 

 

: 주황색 길(가장 큰 메인 도로)인데 비포장이고, 흰색 길(메인 도로에서 뻗어나온 골목들)인데 포장인게 말이 돼? 이게 뭐야...

 

낭군: 저쪽 아래는 길이 좋아보인다.

 

 

맵스미의 안내에 따라 주황색 길로 들어서서(무려 4km를 낭비하고) 이동하는 길은 정말 상태가 안 좋았다.

 

 

: 맵스미에 대한 신뢰가 팍 떨어졌어. 이제 안 믿을래. 그냥 무조건 좋아보이는 길로 들어가자.

 

 

왠만한 골목들은 조금 돌더라도 메인 도로와 다시 만나게 되어 있었고,

 

한참을 포장된 골목길의 편안함을 느끼며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 나온 마당이라,

 

비포장인 메인 도로를 따라 이동하며 불만이 가득했다.

 

 

: 아마 저쪽 골목길 포장된 게 최근이라 맵스미가 모르는 것 같아. 최근 상황까지는 파악이 안 되는 것 같아.

 

 

가장 좋은 선택은 택시들이 이동하는 길을 따라가는 것 같다.

 

매일 왔다 갔다 할 테니 어느 길이 최근에 포장된 길인지 잘 알고 있겠지.

 















그 후로 이동하는 길도 계속 비포장이었다.

 

다행히 위안이 되는 건, 산코를 통과한 이후에도 경치가 좋았다는 점.

 

어쩔 수 없이 물에 발을 담그고 통과해야 하는 리버 크로싱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리버 크로싱은 낭군을 꼭 붙잡고 오토바이에 앉아 지나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제일 힘들었던 게 너무 콩콩거리며 튀는 것.

 

비포장도 정도가 있지... 길이 울퉁불퉁해서 이동하는 내내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아 점프를 쉬지 않고 하게 된다.

 

세 네 번 점프를 하고나면 엉덩이가 낭군 의자 쪽으로 너무 침범해서 낭군을 앞으로 밀어버릴 상황.

 

힘을 주어 뒤에 매달아 놓은 배낭 쪽으로 엉덩이를 최대한 뒤로 빼서 다시 앉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등도 아프고.. 허벅지도 아프고... 하아.... 진짜 이동하기 힘든 길이다.

 

게다가 하루에 200km를 이런 상태로 이동하는 건 진짜 최악이다.

 

 

낭군: 택시들도 힘들겠다. 상황은 같을 텐데, 택시 탄 사람들은 괜찮나?

 

: 더 심하겠지. 멀미까지 동반할 테니까.















경치가 좋으면 사진 찍느라고 멈추고, 엉덩이가 아프면 쉬느라고 멈추고, 그런 식으로 계속 멈추고 쉬어가며 이동했다.

 

오토바이가 이동하고 있는 중에는 너무 많이 위아래로 흔들려서,

 

사진을 찍어봤자 흔들릴 게 뻔하고 동영상을 찍어봤자 볼 수 없는 상태일 거라는 생각에

 

다른 날들보다 확실히 사진 찍는 횟수도 적었고 동영상은 거의 손대지 않았다.

 

.. 이렇게 기억하고 있는데 사진 정리하면서 보면 역시 많으려나??

 

비포장 길은 길도 안 좋지만, 맞은편에서 오는 트럭들과 만날 때마다 한쪽으로 피해서 서 있는 것도 일이었다.

 

그러다 한 번은 경사진 길에 오토바이를 세웠다가 다시 출발하면서 낭군 다리가 부딪쳐서 고생하기도 했다.

 




























점심시간쯤 되자 카르길에서 파듐까지의 주간 지점인 랑듐(Rangdum)에 도착했다.

 

앞뒤로 설산과 다양한 색으로 채색된 산들이 장관이다.

 

간단하게 오믈렛 두 개와 메기 한 개를 주문해서 먹었다. 스프라이트로 한 개 구입했다.

 

 

낭군: 여기가 휴게소 같은 개념인가봐.

 

 

나가는 택시 들어오는 트럭 등 모든 차들이 이 곳 랑듐에서 선다.

 

게스트하우스와 레스토랑을 같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게스트하우스는 하루에 2,500루피나 한다고 했다.

 

 

낭군: 우리가 레에서 진짜 숙소를 잘 잡은 것 같아.

 

 

깔끔하고 아침식사 정갈하고 친절하고 뷰 좋고 방 넓고 무엇보다 레에서 아마 가장 빠른 와이파이 속도를 자랑하는데, 하루에 1,000루피밖에 하지 않는데!

 

다른 모든 곳들과 너무 비교된다.

 

하긴, 판공초가 최고였지. 도저히 사람이 잘 수 없을만한 컨디션의 방도 레의 우리 숙소보다 비쌌으니까.



 




 


랑듐에서 출발한 이후로는 언덕도 몇 번 있어서 구불구불한 코스를 돌아 올라갔다 내려오느라 고생했고,

 

점프가 계속되는 울퉁불퉁한 길 역시 거의 끊임없이 계속되어 정말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초원이 있을 때마다 쉬지 않고 튀어나와주는 마못들이 있었고,

 

몇 시간을 마못과 함께 드라이브 하다가 작별한 이후로는 빙하 풍경이 눈을 사로잡았다.

 

 

: 오늘 마못은 호주 울룰루에서 캥거루 본 것 만큼 만난 것 같아. 지금까지만 백 마리 넘게 본 것 같아.

 

 

마못이 나타났던 구간은 거의 한 시간 넘게 지속됐는데,

 

이 동안은 내가 힘든 걸 못 느꼈던 것 같다.

 

다들 우리를 어찌나 경계하는지, 최대한 높은 바위 위로 올라가 길게 목을 빼고 뒷다리로 꼿꼿하게 서서

 

동료들에게 위험을 알리는 비명...ㅜㅠ (대체 왜 그렇게 우리를 경계하는지 모르겠지만)을 어찌나 질러대는지,

 

이제 마못 비명소리를 들으면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목소리가 큰 줄도 몰랐으며, 그 경고 외침이 끼악하는 비명소리와 닮았다는 점도 신기했다.

 

 

: 아마 임신한 미못은 몸 색깔이 변하나 봐. 뛰는 데 속도가 느리고 배가 불룩한 마못들 공통점이 등에 검은색 얼룩이 있어.

 

낭군: 그냥 살찐 게 아닐까?

 

: 이런 자연 환경에서 몇 마리만 저렇게 살 찌는 게 가능해? 안 될 것 같은데...


























우리가 감탄할 만한 빙하는 세 번 마주쳤다.

 

두 번은 산 위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도중의 모습?

 

마지막에 만난 빙하는 도로 바로 옆까지-우리가 서 있는 도로보다 훨씬 아래쪽으로-내려온 빙하라서 인상 깊었다.

 

 

낭군: 빙하가 혓바닥 내밀고 있는 것 같아. 진짜 깨끗하다.

 

: 그래도 빙하는 노르웨이 빙하가 제일 깨끗했지.

 

낭군: 여기 빙하가 길이는 제일 긴 것 같은데?

 

: , 그건 그런 것 같아.

 

 

북인도는 정말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낭군과 드라이브 하며 토레스 델 파이네로 이름 붙여준 산 꼭대기의 뾰족한 지형들,

 

알프스가 이렇게 생겼을 거라며 비교했던 눈 덮인 산들,

 

아이슬란드의 랜드만날라우 경치랑 너무 비슷했던 여러 번의 순간들,

 

높은 고도에 위치한 평화로운 염수호며,

 

이제는 노르웨이에서 만났던 빙하까지...

 

이런 환경에서 살던 사람들이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 대체 뭘 본다는 거지?

 

북적거리는 도시 환경을 관광하러 오나?

 

아무튼... 내년 여름에 2주 정도의 시간이 된다면 또 오자고 할 만큼,

 

인도는 대단한 나라다.

 




























너무 많이 지쳐서 경치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즈음, 길가에 있던 작은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아주머님 혼자 운영하시는 듯 했는데, 마당을 가로질러 흐르는 물과 크게 설치해 둔 천막까지,

 

너무 아기자기 예쁘게 꾸며 놓으셔서 더 쉬었다 가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둘 다 밀크티 한 잔씩 시켜 놓고 홀짝거리며 경치를 구경했다.

 

 

: 그냥 지금 도착 한 거면 좋겠다, 여기가 숙소 앞마당이면 좋겠어.

 

낭군: 부인 힘들지

 

: 낭군은 운전하니까 더 힘들 거 아는데, .. 진짜 너무 힘드네.

 

낭군: 오늘은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라 체력이 부족하다.

 

 

잠시 동안의 휴식은 그래도 체력을 많이 복돋아 주는 데 효과가 있었다.

 

힘을 내서 출발~












가끔이지만, 맵스미가 똑똑하게 주황색 길을 버리고, 포장된 흰색 길로 인도할 때는 기분 좋게 동네 구경하며 신나게 드라이브 하기도 했다.

 

그렇게 파듐에 도착.
















파듐은 엄청나게 많은 건물들을 공사하는 중이었다.

 

 

: 내년에만 와도 게스트하우스랑 호텔 새 건물들이 무진장 많겠는데? 건물 진짜 많이 짓는다..

 

 

숙소 가격은 천차만별.

 

뷰 좋고 깔끔한 최신형 호텔은 하루 2,500루피.

 

아마도 이 동네에서 꽤 오래 되었을, 잠만 자는 방의 경우(샤워도 불가능한) 800루피.

 

꽤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가 뷰 좋고, 핫 샤워 가능하고, 방 깔끔한 호텔에 1,500루피를 지불하고 들어왔다.

 

주인 아저씨는 1,800루피를 불렀으나, 낭군이 1,300루피로 해달라며 과하게 깎아서 흥정하자 1,500루피에 합의볼 수 있었다.

 

이 곳에서 이틀 묵기로 결정.

 

짐을 풀 기운도 없어서 그 상태로 식당으로 향했다.

 







낭군부인이 말했던 한식당 찾았어.

 

우와오예!!

 

 

블로그에서 봤던 비빔밥이 꼭 먹고 싶었다.

 

체력 떨어지고 힘들 땐 한식이 최고다.

 

게다가비빔밥은 왠만해선 맛이 없을 수가 없잖아?

 

한식당에는 이미 다른 한국인들이 몇 명 있었다.

 

그 중 한 분은 사진작가 겸 사회복지사 일을 하시는 분이었는데택시로 6시에 출발해서 5시 40분에 도착했다고 하셨다.

 

잔스카르에는 몇 번 오셨는지이 곳 잔스카르에서 돌보는 장애우가 있는 듯 했고그 동안 찍은 잔스카르의 사진들은 엽서가 되어 샘플이 한식당에 전시되어 있었다.

 

주인아주머니는 한국분이셨고주인아주머니가 언니라고 부르는함께 일하시는 아주머니 역시 한국 분이셨다.

 

 

주인아주머니이 지역은 환경보호 차원으로 페트병에 들어있는 물을 팔지 않아요그래서 필터로 걸러서 마시는 물 밖에 없어요위가 예민하면 차를 드세요.

 

 

주인아주머니의 말씀을 듣고도이 가게만 페트병 물을 갖다놓지 않는 거겠지.. 라고 생각했었다. (정말로 파듐 메인거리의 모든 가게에서 페트병 물을 판매하고 있지 않았다.)

 

비빔밥은 들어가는 야채를 자르고 볶고 데치고 하느라고 시간이 좀 걸렸지만기대했던 그대로 맛있었다!!

 

비빔밥볶음밥김치전 세 가지의 음식만 판매하고 계셨는데내 생각으론 매일 비빔밥만 먹어도 좋을 것 같았다.

 

 

낭군어차피 이 식당도 우리 파듐 뜨기 전에 또 올 것 같은데.

 

 

낭군 말이 맞다.

 

여기서 랑듐카르길 또는 라마유루에서 숙박을 이틀 한다고 치면그 이틀 동안은 또 한식이 전혀 없는 거다.

 

아마 파듐을 뜨기 전에 한식당에 들리겠지.

 

오믈렛 말고는 인도 음식이 너무 질려... 느끼함뭐라 설명할 수 없지만 아무튼 입에 안 맞아..

 

 

식사를 마치고 나니 사진작가분이 우리 사진을 한 장 찍어주겠다고 하신다.

 

카메라는 850을 사용하셨고렌즈는 150mm이다.

 

다른 짐이 적은 듯 했지만저 카메라만 들고 다녀도 엄청 힘드시겠다...

 

사진 파일을 카톡으로 보내주시겠다고 하시면 낭군 연락처를 적으셨다.

 

우리가 연인이 아니라 부부라는 사실에 많이 기뻐(?)해주셨고여행 안전하게 잘 하라며 인사해 주신다.

 

예상치 못한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기분이 좋다.

 

신이 나서 얘기하는 낭군을 보며낭군은 혼자 여행해도 되겠다..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마실 물을 사려고 가게 몇 군데를 들러 봤으나, 페트병에 들어있는 물을 파는 곳이 없어서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숙소로 들어오는 길에 주인아저씨께 물을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 물었다.

 

다행히도 아저씨가 갖고 계신 물이 있었나 보다.

 

잠시 후에 물 두 병을 방으로 가져다 주셨다.

 

나는 조금만 물을 잘못 마셔도 배탈이 나는데, 여기까지 와서 배탈이 날 수는 없지...

 

두 통의 물을 갖고 마음이 훨씬 안심됐다.

 

짐을 풀고 샤워를 하니 몸이 노곤하다.

 

 

낭군: 지금 10신데, 난 지금 잘 수 있을 것 같아.

 

: 부인도. 우리 자자.

 

 

진짜 일찍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