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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19 인도 라다크

2019 인도 라다크 13일차-레

2019.8.2.

 

 

 

오늘은 레에서 휴식이다.

 

지난번에 묵었던, 낭군이 매우 마음에 들어하는 숙소에서 아침식사도 포기하고 늦잠을 잤다.

 

어제 오랜만에 먹은 닭볶음탕때문에, 매일 밋밋한 음식으로 길들여져 있던 위가 놀랐는지,

 

아침에 눈을 뜨고 살~~ 아프던 배가 화장실을 몇 번 들락날락 하고 나니 괜찮아졌다.

 

낭군은 11시가 다 되어 눈을 떴다.

 

 

 

낭군: 몇 시야?

 

: 11

 

낭군: ? 그럼 아침은?

 

: 못 먹지~ 양심이 있지, 점심시간인걸

 

낭군: 깨우지 그랬어

 

: 깨웠는데?!

 

 

 

사실 성의 없이 깨우긴 했다.

 

슬슬 건드려 보고, 일어나고 싶어하지 않길래 그냥 게속 자도록 두었다.

 

어제 10시간을 비포장과 포장도로를 오가며 긴장한 상태로 오토바이 운전을 하는 건,

 

그냥 승용차를 운전하는 거였더라도 힘든 건 당연했기 때문에

 

오늘 푹 자 두지 않으면 낭군의 피로가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나갈 준비를 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직원이 노크한다.

 

 

 

낭군: ~

 

직원: 아침식사 준비해 줄까요?

 

낭군: ? 아침식사?

 

: 푸하하하하, 시간이 너무 늦었잖아! 낭군 이건 아닌 것 같아.

 

낭군: 고맙지만 이미 점심이네요.

 

직원: 오케이

 

: 이 시간에 아침을 해달라고 하면 진짜 양심없는 사람이지.

 

낭군: 근데 진짜 매너 있다. 여태 안깨우고 기다렸다가 이제야 노크하는 거잖아.

 

: 그러게, 버티다 버티다 최소 10시쯤에는 물어보러 노크할 법도 한데 말야. 진짜 오래 기다리셨네.

 

낭군: 일부러 아침 챙겨주려고 하는 게 고맙다.

 

 

 

나름 자신 있게 노땡큐를 할 수 있었던 건,

 

어제 닭볶음탕과 함께 시켰다가 포장해 온 김밥 몇 알이 남아있어서이다.

 

낭군 세 알, 나 두 알을 먹었지만, 워낙 김밥이 뚱뚱해서 아침의 허기는 달랠 수 있었다.

 

12시가 다 되어 숙소를 나섰다.

 

제일 먼저 할 일은 강용해에 가서 맡겼던 짐을 찾아오는 일.

 

일주일 만에 보는 강용해 아저씨는 너무 반가웠다.

 

여행은 어땠냐며 우리 짐을 기억하고 꺼내주신다.

 

여행은 너무 좋았지요.. 원더풀 했다구요...

 

노트북과, 돈가방과, 빨래와, 맡긴 짐을 모두 들고 오토바이를 타려니 조금 버겁긴 하다.

 

곧바로 세탁소에 갔다.

 

1kg150루피인데, 우리 빨래는 모두 5.2kg이라 700루피가 넘게 나왔다.

 

, 손에 들고 있던 짐 중 5.2kg만큼 사라지고 나니 한결 가볍다.

 

빨래는 다음 날 오후 2시쯤 찾으러 오란다. 발급해 준 티켓을 가지고.

 

이제 다음 코스는 오토바이샵이다.

 

잔스카르 지역 여행을 떠나려면 혹시 모르니 다시 한 번 오토바이 점검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바이크샵은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었다.

 

앞의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고 있으니 직원 한 명이 온다.

 

엔지니어가 좀 멀리 나가있어서, 2시간 쯤 뒤에 우리 오토바이 체크가 가능할 것 같단다.

 

들고 있던 나머지 짐도 맡겨놓고, 점심식사를 하러 나섰다.

 

 

 

낭군: 피자 괜찮아?

 

: , 콜라 시켜줘.

 

낭군: 이 지역 트립어드바이저 1위인 피자집이 있어.

 

: 그래? 트립어드바이저에서 1위인데 피자집이야? 가보자.

 

 

 

그렇게 찾아간 쏘로소(Sorrso) 피자집은 확실히 이 지역의 다른 피자집보다 맛있었다.

 

 

 

낭군: L 시킬까 M 시킬까?

 

: ? 낭군은 L 시켜야 하는 거 아냐?

 

낭군: 배불러서 저녁 못 먹을까봐.

 

: .. 사이즈 물어보자.

 

 

 

직원에게 물어본 피자 사이즈는 한국에서 주문하는 사이즈와 거의 비슷한 듯 했다.

 

M 사이즈로 피자를 주문하고, 창가 자리로 이동했다.

 

 

 

이 곳, 레 지역도 3,400미터이니, 어제까지 우리가 묵었던 초모리리 지역과 비교하면 낮은 지역이긴 하지만,

 

하와이 마우나케어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많이 높긴 하다.

 

그래선지 확실히 소화도 덜 되고, 입맛도 없다.

 

한국에 돌아갈 때 몸무게나 한 2kg 줄어서 돌아갔음 좋겠다.

 

그러면 이 늘어져서 출렁거리는 얼굴살 좀 없어지려나..

 

내가 피자를 1.5조각 정도만 먹는 바람에, 낭군이 남은 피자를 모두 해치워서 결국 배부르게 먹고 말았다.

 

 

 

: 낭군 배불러?

 

낭군: , 부인이 이렇게 조금 먹을 줄 몰랐어.

 

: 나도 내가 이렇게 조금 먹을 줄 몰랐어. 피자가 맛 없었던 건 아냐.

 

 

 

괜찮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난 한국 피자헛에서 하는 그 새우 들어간 피자가 제일 맛있다.

 

완전히 한국인 입맛에 맞춰 새로 디자인된 피자랄까.

 

 

피자를 먹고 오토바이샵에 다시 한 번 들렀다.

 

 

 

사장: 여행 어땠어?

 

: 원더풀했어요

 

사장: 어디 어디 갔었지?

 

낭군: 누브라밸리, 판공초를 보고 직접 초모리리로 갔다가 돌아왔어요.

 

사장: 내일은 어디로 갈 거야?

 

낭군: 잔스카르 지역 여행 하려구요.

 

사장: ~ 잔스카르~ 좋은 곳이야.

 

낭군: 사실 잔스카르 지역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어요.

 

 

 

사장님은 잔스카르 얘기만 나오면 신이 나서 얘기하는 것 같다.

 

아마도, 잔스카르 지역을 정말 좋아하는 듯 하다.

 

우리 오토바이는 무언가를 교체하는 중인지, 샵에 없었다.

 

아직 한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해서 일단 카페에 가기로 했다.

 

 

 

낭군: 이왕에 뷰 좋은 카페로 갈까? 부인 멀어서 힘들어?

 

: 아니, 가보자.

 

 

 

지난번에 레벤다(Lehvenda) 카페에서 아이스 커피를 마시며 엄마랑 보이스톡을 했었는데,

 

이번엔 다른 카페에 가 보기로 했다.

 

왠지 뷰가 좋을 것 같아서 선택한 카페는 브라질(Brazil) 카페.

 

단점은 와이파이가 안된다는 점.

 

그래도 꼭대기로 올라가니 주변 집들의 경치가 한 눈에 들어온다.

 

 

 

낭군: 부인, 부인도 여기로 와서 이것 좀 볼래?

 

: 뭔데?

 

 

 

일기를 쓰다 말고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청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커브길의 건물에서는 사람들이 끝없이 나오고 있었고, 그렇게 나온 사람들이 전부 같은 방향으로 걸어 나가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너무 궁금한데 이럴 때 물어볼 사람이 없네.

 

카페의 루프탑 자리는 테이블을 빙 둘러서 함께 앉는 방식이었는데,

 

우리가 시간을 때우며 있는 사이에 외국인 여행자 두 명이 올라왔다가,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마도, 더워서이거나 와이파이가 안돼서거나 둘 중 하나인 듯 했다.

다시 오토바이샵으로 돌아갔다.

 

한 시간 뒤에 오라고 했으니, 이제 정확하게 한 시간이 경과했다.

 

 

 

직원: 카르길에서 잔스카르로 가는 길이 많이 안 좋아. 계속 덜컹거릴거야.

 

사장: 진흙길이 많아.

 

직원: 지금 이 바퀴로 그 길을 가는 건 적합하지 않아.

 

사장: 그래서 바퀴도 갈고 이것저것 손 봐야 해. 지금 어느 숙소에 묵고 있어? 오토바이 점검이 끝나면 우리가 숙소로 가져다 줄게.

 

: 낭군! 그럼 우리 짐들은 어쩌지? 이거 들고 걸어가야 해? .. 이건 좀 무리인데.

 

낭군: .. 그런데, 숙소를 걸어서 가기엔 좀 멀어요. 그리고, 숙소 이름을 모르겠어요. 하지만 위치는 알아요.

 

직원: 너희들은 숙소로 태워다 줄게.

 

: ~ 오케이.

 

 

 

직원 아저씨가 운전하는 오토바이 뒤에, 낭군과 내가 나란히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우리 게스트하우스는 가는 길이 비포장 오르막길이라, 도중에 내가 내려야 하나 조금 걱정이 됐다.

 

아니나다를까, 비포장 오르막길 시작 지점에서 내려오고 있는 택시 한 대를 맞닥뜨렸다.

 

.. 내려야되겠구나, 하고 있는데,

 

직원 아저씨가 너무나도 부드럽게 우리 둘을 태운 그대로 방향을 전환해서 유턴으로 택시를 비키고는 자연스럽게 골목으로 들어선다.

 

그렇게 너무나도 쉽게 게스트하우스 마당에 내려주셨다.

 

 

 

낭군: ... 봤어? 나라면 아까 거기서 일단 옆으로 비키고 후진했다가 앞으로 뺐다가 후진했다가 그렇게 했을 거야.

 

: , 난 내가 내려야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었어. 오토바이 운전 진~짜 잘하신다.

 

낭군: , 오토바이 운전 진짜 잘하시네.

 

 

 

숙소로 들어와서는 정말 뒹굴거렸다.

 

낭군이 카르길에서 잔스카르 가는 길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는 사이에, 나는 한국에서 미리 구입해 온 소설책 한 권을 읽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다 읽은 소설책 줄거리를 낭군에게 얘기해 주며 느낀 점을 조잘조잘 읊었다.

 

과학기술이 많이 개발되어(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으로부터 200년이 지나도 불가능일 것 같긴 하다.) 뇌의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 나노로봇 기술이 발명되고,

 

그 기술을 이용해서 예전에 가질 수 없었던 추억을 심거나,

 

원하는 사람과 관련된 기억만 골라서 지우거나,

 

지웠던 기억을 다시 되살려내거나 하는 것들이 가능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가상의 일이었다.

 

 

 

: 그런데 낭군, 이런 기술은 100200년이 지나도 불가능이겠지?

 

낭군: , 근데 만일 그런 게 된다면, 영어권 국가의 외국인 기억을 부인한테 심어준다면 어때?

 

: .....! 나라면 무조건 구입 하겠구나!!

 

낭군: 다른 쪽으로는 몰라도, 공부 쪽으로는 엄청 개발될 것 같아. 사교육 시장이지.

 

: 그렇네, 나 같아도 비싸더라도 영어, 스페인어 등등 각종 다른 나라 언어 관련 기억들을 무조건 살 것 같거든.

 

낭군: 미국 어학연수 3년에 대한 기억, 이런 걸 말하는 거지?

 

: ,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끝내주게 잘 팔리겠다.

 

 

 

시간이 꽤 지나고 주인 할머니께서 방문을 노크하신다.

 

 

 

할머니: 밖에 바이크(영어를 잘 못 하심)

 

: ~ 감사합니다. 낭군! 밖에 바이크 가져오셨나봐.

 

 

 

얼른 내려갔다.

 

사장님과 직원이 함께 왔다. 다시 돌아가야 하니까 돌아가야 할 오토바이가 필요했던 거다.

 

근데.. 오토바이가... 에고고.....

 

 

 

사장: 잔스카르까지 가는 길은 정말로 길이 많이 안 좋아. 매우 흔들릴거야. 그래서 바퀴도 갈았고, xx도 갈고, xx도 갈고......... xxx.....

 

낭군: ... 감사합니다.

 

: 카르길에서 잔스카르까지 가는 길에 주유소가 있나요?

 

사장: .. 내가 잔스카르에서 주유소를 들려본 적은 없어서, 기름통 세 개를 전부 가져가는 게 좋을 것 같아.

 

: ~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우리 오토바이를 완벽점검 해주시고 돌아갔다.

 

 

 

낭군: 하아.. 그냥 별 문제 없는데, 그냥 점검만 해달라는 거였는데, 이렇게 별별 걸 다 교체할 줄 몰랐네

 

: , 새 오토바이가 돼서 왔는데? 이 샵에서 렌트하길 너무 잘했다.

 

낭군: 바퀴 봐, 완전 새거야. 심지어 세차도 하신 것 같아.

 

: 맞네, 세차도 하셨네, 엄청 깨끗해졌어.

 

 

 

얼마나 길이 나쁘길래 오토바이 바퀴를 이렇게 새 것으로 교체하셨을까....

 

새 바퀴 특유의 털들이 아주 상큼하게 뾰족뾰족 달려있었다.

 

더불어, 길이 정말 정말 정말 많이 나쁜가? 하고 걱정이 좀 됐다.

 

 

 

낭군: 과일 사러 나갔다 올까?

 

: , 수박 사서 저녁으로 먹자.

 

낭군: 소화가 다 안돼서 사실 밥 생각이 별로 없었거든.

 

: 나도 마찬가지야.

 

 

 

주인아주머니께 칼, 포크, 접시, 쟁반을 빌려달라고 말씀드리고, 과일을 사러 다시 중심가로 내려갔다.

 

수박 한 통과 사과 두 개를 240루피에 구입하고, 바로 앞 환전소에서 700달러만큼 환전도 했다.

 

첫날 레에 도착했을 때 여기저기 알아봐서 환전할 당시 1달러에 68루피씩 환전했는데,

 

걸어 다니며 68.5루피에 환전해주는 곳을 발견하는 바람에 낭군이 속 쓰려했던 바로 그 곳이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수박을 쟁반위에 놓고 자르려는 데, 뭔가 뿌듯하다.

 

수박 반 통을 잘라서 저녁으로 먹으니 충분히 배가 부르다.

 

대부분의 옷을 세탁소에 맡긴 바람에, 입을 옷이 너무 없어서,

 

두건과 양말, 속옷을 손빨래해서 물기를 마른 수건으로 꼭 쥐어짜고, 바닥에 널어뒀다.

 

오늘도 역시나 끝도 없이 계속 울어대는 음메~ 소리만 울려 퍼진다.

 

오토바이 붕붕거리는 소리와 사람들이 밤늦게까지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좋다.

 

계속 울어대는 저 소는 특히 자주, 많이 울어대긴 하지만,

 

나름 자연의 소리? 라고나 할까.. 거부감이 들진 않는다.

 

내일 시간이 되면 지나치면서 누가 그렇게 울어대는지 소 얼굴을 한 번 보고 싶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