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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19 인도 라다크

2019 인도 라다크 12일차-초모리리에서 레로

 

 

 

2019.8.1.

 

 

 

초모리리에서 레로 돌아가는 날이다.

 

인도에 도착한 이후로 가장 긴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날인데, 편두통과 고산증세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빈 속이지만 타이레놀을 한 알 급하게 먹었다.

 

아무래도 지난밤에 춥게 잔 게 화근인 것 같다.

 

일어나서 준비하려고 애써보지만 앉는 것 조차 힘들다.

 

안되겠어서 고산증 약도 한 알 삼켰다.

 

 

 

: 낭군, 부인 20분만 이러고 있을께.

 

낭군: 부인 아파서 어떡하냐...

 

: 낭군 아침 먹구 올래?

 

낭군: 부인이랑 같이 먹을 거야.

 

: 몸이 따뜻해지면 괜찮아질 것 같아. 낭군 괜찮으면 부인 이불 좀 더 덮어줄래?

 

 

 

베개 두 개를 겹쳐서 높게 쌓아놓고 머리를 처박고,

 

개구리 웅크린 자세로 이불 두 겹 안으로 쏘옥 들어가서 한 이십분을 그러고 있었다.

 

약기운이 돌기 시작했는지....

 

오른쪽 눈알이 빠질 것 같던 편두통이 점차 가라앉는다.

 

이불을 슬며시 걷어내며 고개를 들고 앉았다.

 

낭군이 나를 보고 풋- 웃음을 터뜨린다.

 

아마 내 몰골이 설명할 수 없을만큼 꼬질꼬질해서인 것 같다.

 

 

 

: 밥 먹으러 가자.

 

낭군: 이제 괜찮아?

 

: 약기운이 돌고 있어. 지금은 버틸 만큼만 아파.

 

 

 

아침식사는 다른 건 도저히 먹을 것 같지 않아서,

 

플레인 오믈렛을 시켜 절반만큼을 조각내서 천천히 먹었다.

 

멀리 내 친구 양떼들이 언덕을 올라가는 모습이 보인다. 정말이지 장관이다.

 

 

 

 

 

낭군: 부인, 여기 호텔 주인 나영석 닮지 않았어?

 

: ...?

 

낭군: 이따 한번 봐봐.

 

 

 

스스로 호텔 오너라고 소개했던 주인이 주방에서 나와 식당의 음식 테이블 앞에 앉았다.

 

- 진짜 닮았네.

 

 

 

: 나영석 PD 진짜 닮았다. 얘기해 줘~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PD가 있는데 당신이랑 많이 닮았다고.

 

 

 

주인의 정면 샷을 찍어왔어야 하는데, 괜히 양심에 찔려서 훔치는 샷만 사진에 간신히 담았다.

 

, 나영석 PD와 정말 많이 닮았으니, 그냥 나영석 사진을 한 장 인터넷에서 캡처해서 일기 사이에 넣을까?

 

.. 그러려면 얼굴색은 좀 더 까맣게 편집해야겠구나.

 

 

 

다이닝룸에서 보이는 호텔 마당에는 우리 말고도 로얄엔필드 불릿 모델 하나가 더 주차되어 있었다.

 

오토바이 투어 한 팀이 어제 묵었나보다.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니, 6명이 한 가족인 유럽 사람들도 있고, 서양 노부부도 있다.

 

아마도 어제 이 호텔이 거의 꽉 찼었나보다.

 

방은 고작 6개밖에 없는데 호황이다.

 

 

 

: 한 입 먹을 때 200번씩 씹어 먹을거야. 안 그러면 소화 안 될 것 같거든.

 

 

 

그렇게 아침식사를 천천히 하고 있었더니, 바깥에 불릿 모델의 주인이 출발 채비를 한다.

 

남자 두 명이 함께 여행하는 듯 했다.

 

이 지역에서는 히말라얀 모델이 귀한지, 우리 오토바이를 구경하며 뭐라뭐라 자기들끼리 떠든다.

 

 

 

 

아침식사 후 방으로 돌아와서 마무리 출발 준비를 했다.

 

꼼꼼히 선크림을 바르고 두건도 썼다.

 

추위에 대비해서 아예 옷도 따뜻하게 입었다.

 

아침에 너무 아팠던 기억이 큰 경험이 됐다.

 

여행 중에는 더워서 땀을 흘릴지언정, 추우면 안 돼. 아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