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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19 인도 라다크

2019 인도 라다크 9일차-판공초

2019.7.29.

 

 

 

아침 8시에 느즈막하게 일어났다.

 

이미 7시부터 버스 출발하는 소리, 오토바이 시동거는 소리들로 밖은 분주하다.

 

레를 벗어난 이후로는 전기가 저녁 7~11시 정도의 시간 동안만 들어와서,

 

일찌감치 암흑이 되는 터라 이 곳 사람들은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몸에 배어있는 듯 하다.

 

낭군이 짐을 싸는 사이 고양이 세수를 하고 선크림을 발랐다.

 

아침식사 2인분을 주문하고 주방 식탁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밖을 바라봤다.

 

햇빛이 이른 아침인데도 눈이 아플만큼 쨍 해서 눈을 크게 뜰 수가 없다.

 

아침메뉴는 브레드오믈렛.

 

레를 제외한 라다크 지역은 외국인들의 아침을 전부 이걸로 통일했나보다.

 

스팡믹(Spangmik)에서 메락(Merak)으로 가는 길은 약 20km의 비포장 도로이다.

 

레의 오토바이샵에서 만났던 아저씨들이 너~무 안좋다며 궁시렁거렸던 길이기도 하다.

 

우린 오늘 하루의 일정이 스팡믹에서 메락으로 이동만 하고 휴식을 취하는 게 끝이라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인지 이 길이 힘들지가 않았다.

 

 

리버크로스가 엄청 많긴 했지만, 아이슬란드에서 만났던 리버크로스 깊이도 아니었고,

 

빙하녹은 물 치고 차갑지도 않아서, 확실히 부담이 덜 했던 것 같다.

 

예전보다 여행 경력이 쌓인 것도 한 몫 했던 것 같고.

 

다만 문제는.. 우리가 한번에 많은 거리를 이동하지 못한다는 것..ㅠㅜ

 

1km만 이동하면 경치가 조금씩 바뀌는데, 그 경치들이 뭐 하나 버릴 게 없어서 어쩌질 못했다.

 

고프로 동영상을 손에서 뗄 수가 없고, 사진기는 아무렇게나 들이대도 작품이다.

 

: 아 진짜 인도 너무한다.. 어떡해야돼..

 

낭군: .. 어떡해야돼..

 

: 1m도 버릴 경치가 없어. 어딜 사진찍고 언제 동영상을 찍어야할지 타이밍을 못잡겠어.

 

낭군: 진짜 멋있다 그치

 

: 어제 그 아저씨처럼 버스타고 오는 건 너무 아까운 것 같아. 어제 오늘 우리가 본 풍경들을 하나도 못 보는거잖아.

 

 

오늘은 아침부터 날씨도 끝내주게 따라줘서, 멋있다와 예쁘다를 연발하다 결국 점프샷을 선보였다.

 

미쳤지. 고도 4,500미터에서.

 

혹시 지금까지 괜찮았던 고산이 와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옥 남기고 싶었다.

 

 

 

: 낭군, 아이슬란드랑 견주어도 단연 1위다. 북인도. 압도적이다. 비교할 곳이 없네.

 

낭군: 아이슬란드를 이겼어?

 

: , 심지어 지나치는 경로조차 전부 다 멋있잖아. 너무한거지.

 

 

 

사실 경치는 아이슬란드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충격을 생각하면 그래도 뒤쳐지지 싶었는데,

 

판공초 깊숙이 들어갈수록 자꾸 아이슬란드가 마음속의 순위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어제 사실 그런 생각이 잠깐 들면서,

 

그래도 물빛 색깔은 태국 수린섬만큼 맑고 예쁜 건 아직 본적 없어~하고 있었는데, 물빛마저 판공초가 막상막하다.

 

아냐, 그래도 내 친구 물고기들이 여긴 없을테니 이 곳도 모자람은 있는거야.

 

라고 내 마음대로 점수를 깎을 요소를 찾고 있다.

 

 

 

 

: 낭군, 이렇게 북인도처럼 끝내주는 대박 코스 또 없어?

 

낭군: ??

 

: 찾아봐. 문화 말고 자연으로. 문화는 앙코르와트 정도는 볼만했어. 그 이하는 별로야.

 

낭군: 앙코르와트는 세계 최고급인데?

 

: , 세계 최고야? 그럼 난 문화여행은 패스. 자연이 좋아. 겨울에 여행하기 좋은 북인도같은 곳 찾아내면 내가 이번 겨울 다이빙 포기하고 그걸 선택할께.

 

낭군: 그 정도야?!!!

 

: . 그렇다고 낭군 한국가면 매일 검색하느라 밤새지 말고.

 

 

 

한동안 다이빙을 안했더니 다이빙이 굶주리다.

 

하루를 멀다하고 부인 다이빙 50번 하고 싶어~~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내 생각을 돌리려면 북인도급은 되어야 가능할 것 같다.

 

판공초의 메인 포인트-세 얼간이 촬영 장소-를 벗어나 메락쪽으로 오면서 가장 많이 바뀐 경치의 특징은

 

사취로 막힌 웅덩이들이 매우 많아지며 그 웅덩이 주변으로 초록 이끼들이 가득 덮고 있어서 매우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오리인지 새인지 모를 애들이 꽤 자주 출몰하고, 소들과 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메락에 거의 도착해서는 소끼리 뿔을 부딪치며 싸우는 것도 봤다.

 

소치기(?) 아저씨도 계셨는데 그냥 두시는 걸 보면 으레 있는 일인가 싶기도 했다.

 

메락은 돌담들이 예쁜 동네였다.

 

메락까지 오늘 길에 있는 만(Man)이라는 마을도 돌담이 무척이나 예뻤는데, 그게 이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메락 홈스테이 건물들이 대체적으로 스팡믹보다 훨씬 상태가 좋았다!!!

 

 

 

낭군: 첫날 여기까지 왔으면 이 집에서 이틀 묵었겠다.

 

: 스팡믹이 메락보다 더 개발됐다는 잘못된 정보만 없었어도 고려했을 수 있지

 

낭군: 분명 스팡믹이 과개발된 감이 있다고 했단 말야

 

: 그 과개발의 의미가, 아직 개발된 정도에 비해 물가만 비싸졌다는 뜻은 아냐?

 

낭군: , 과개발을 잘못 해석한건가?

 

 

 

스팡믹은 호텔들이 들어서 있긴 했다.

 

아마 그런 걸 두고 개발됐다고 하는 것 같은데,

 

홈스테이만 놓고는 일단 우리가 묵은 곳은 확실히 메락쪽이 훨씬 좋았다.

 

 

 

: 일단 빨래 좀 하자

 

 

 

어제 워낙 물에 빠져가며 이동을 했던터라, 나도 낭군도 원래 계획대로 양말을 며칠씩 신을 수가 없었다.

 

장갑도 매우 더러운 기분이었고, 두건도 먼지에 찌들어있었다.

 

다행히 뷰에 반해서 구한 숙소는 방 안에 깔끔한 화장실이 딸려있어서, 양동이에 물을 받아 바닥에서 비누칠을 하며 빨래를 했다.

 

양말 네 개와 두건 두 개, 장갑 한 개, 손수건까지 빨고나니 기분이 후련하다.

 

내친김에 머리도 감기로 했다.

 

 

 

: 낭군 도와줘 부인 머리 감고싶어

 

낭군: 어떻게 도와줄까?

 

: 이따 샴푸칠 한 다음에 헹굴 때 머리에 물 부어줘

 

 

 

그렇게 찬 물로 머리감기를 시도했다.

 

아이슬란드에서 4일 동안 머리를 못감고 버티긴 했지만, 여긴 사실 찬물은 나오니까 마음만 먹으면 낮에 머리감는 정도는 가능했다.

 

샴푸를 머리에 묻히고 빨래하는 것처럼 구석구석 빨았다.

 

 

 

낭군: 우와, 머리감는거 대작업이다. 평상시는 어떻게 해?

 

: 샤워기가 있잖아. 낭군 이제 물 부어줘

 

낭군: 응 그래

 

 

 

그렇게 낭군 도움을 받아 머리를 감고나니 개운하다!

 

수건도 없어서 손수건처럼 막 쓰는 목적으로 60루피에구입했던 수건을 빨아서 젖은채로 물기를 닦는 데 사용했다.

 

물기를 털어내고 수건을 짜고, 또 털어내고 짜기를 반복하니

 

어느정도 마른 수건으로 닦은 듯한 효과가 나온다.

 

만족이다.

오늘 너~무 체력소모를 했는지 고산 증세가 나오기 시작했다.

 

두통이 살살~ 속이 더부룩~

 

산책을 가기로 했다.

 

빨았던 빨래들도 마당(?)에 있는 용도를 모르겠는 철골 구조물을 물티슈로 슥슥 닦고 널었다.

 

이 햇빛에, 바람도 조금 있으니 몇 시간이면 다 마를 듯 했다.

 

숙소를 나서다 말고.. 점심을 먹으러 다시 들어왔다.

 

 

 

: 랄파 홈스테이 레스토랑 런치~~^^

 

아저씨: 런치 오케이

 

 

 

숙소 앞에 있는 광고판을 손으로 가리키며 내가 필요한 단어만 몇 개 그대로 읽었더니, 하고자 하는 얘길 눈치채신다.

 

따로 메뉴를 고르거나 그런 건 없었다.

 

쌀밥이 없는지 30분을 기다리라고도 하셨다.

 

이 숙소는 다이닝룸도 잘 돼있어서,

 

직각으로 나 있는 창 밖으로 판공초와 히말라야 산맥을 구경하며 빈둥거렸다.

 

이렇게 편하게 거실에 눕다시피 하고 이런 경치를 보다니 진짜 팔자 좋다.

 

 

 

: 부인은 이 집에서 일주일 있어도 되겠어

 

낭군: 응 나도

 

 

 

모든 게 마음에 드는 홈스테이다.

 

 

 

낭군: 여기랑 미서부랑 비교하면 어떤 것 같애?

 

: 다르지~~

 

낭군: 미서부가 예쁜 느낌이지?

 

: 예쁘다기보단 우아하지. 여긴 웅장하고.

 

낭군: 응 그런 것 같다. 내년 여름에 스피티밸리에 다시 와도 좋을 것 같애.

 

: , 근데 부인 고3 담임하면 여름엔 그렇게 시간 못 내

 

낭군: 그렇지

 

 

근처의 곰파가 높아서 경치가 좋다는 말에, 오토바이로 올라가려고 시도했으나 심한 자갈길이 계속되어 헤매고 있었더니

 

동네 꼬마 아가씨가 보다보다 안되겠는지 다가와서 어딜 가는 중이냐고 묻는다.

 

 

 

: 곰파 가는중이야

 

낭군: 이 길로 가면 곰파 맞아?

 

꼬마: 아니, 이쪽길이야

 

낭군: 오토바이로 갈 수 있어?

 

꼬마: 아니, 걸어서 가야돼

 

낭군: 아하, 우린 걷는거 싫어해. 고마워 안녕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다른 방들도 손님들이 잔뜩 와서 벌써 방마다 사람이 가득이었다.

 

아직 낮인데 이런 걸 보면, 이곳 메락 역시 오후 늦게 도착했으면 마음에 드는 숙소는 없을 뻔 했다.

 

스팡믹도 어쩌면 좋은 숙소들은 이미 낮에 전부 차서 우리가 숙소를 구했던 저녁 시간에는 매우 안좋은 홈스테이들만 남아있던걸수도 있겠다.

 

우리 바로 옆방으로 들어온 가족은 인도 사람들인것 같았는데, 마당에서 본인들 방 창문앞을 오리꽥꽥 시늉을 하면서 한줄로 지나가며 잘 논다.

 

아마 웃긴 동영상을 찍는 듯 하다.

 

이 곳 인도의 젊은 사람들에게는 확실히 인도사람 특유의 쾌활함이 있다.

 

 

 

: 앞 호수에 걸어가보자.

 

 

 

 

이 홈스테이가 마음에 들었던 건,

 

바로앞에 판공초가 있고, 모래에 막혀 형성된 사취가 발달해 있어서 그 사이를 걸어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돌담을 살포시(물론 나는 다리가 짧아서 간신히 바득바득 넘기는 했다.) 넘어서 호수로 걸어갔다.

 

 

 

낭군: 우와.. 진짜 세상 예쁘다. 이건 진짜 너무한 거 아냐?

 

: 하아.. 뭐 하나 빠질 게 없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곳이 있을까? 없겠지?

 

낭군: 너무하다.. 너무 예쁘다..

 

: 판공초 전체에서도 지금 이 포인트가 최고인 것 같아.

 

낭군: 호숫가쪽에서 마을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포인트가 없었잖아. 게다가 양쪽 물 갈라진 것도 그렇고

 

: 뒷 배경이 설산이라 더 예쁜 것 같아.

 

낭군: 진짜 세~상 예쁘다. 우와...

 

 

 

아 뭐래.

 

평소 나한테 우리부인 이쁘다고 할때보다 백만배는 더 진심이 들어가 있다.

 

하긴, 나도 처음으로 360도 파노라마를 시도했을 만큼 단 1도 각도의 공간도 버릴 곳 없이 빼곡하게 예뻤던 건 인정한다.

 

 

 

낭군: 이번 인도여행 진짜 찐~하게 한다.

 

: 응 이동경로조차 관광이지

 

낭군: 호주같은 곳은 '오늘은 이동입니다' 이런 날들이 있잖아. 다음 포인트까지. 근데 여긴 전부 가깝게 붙어있는게 엄청난 장점같아.

 

 

 

진짜 낭군말대로 '인도는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이해된다.

 

물론, 저 아래쪽 델리같은 대도시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만일 인도를 여행해도 그런 곳을 했다면 그저그런 평범한 여행이 됐을수도 있겠다.

 

낭군 말대로 세상예쁜 너무한 포인트에서,

 

꽃보다청춘 유희열이 했던 360도 회전하며 뒷배경찍기의 유치함도 시전하고,

 

파노라믹뷰 사진촬영도 여러 번,

 

피부가 타는 느낌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두건과 선글라스를 벗고 사진을 찍는 것도 여러 번 하고나서야 다시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우리가 숙소로 오는길에 싸우고 있던 소들이 이번엔 숙소 앞 늪지대(?)까지 이동해왔다.

 

예쁜 판공초를 배경에 소를 넣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소 한 마리가 돌담을 아주 가뿐히 훌~쩍 뛰어넘어 숙소 주인아저씨 텃밭으로 진입하신다?

 

 

 

: 낭군!! 방금 소가 점프해서 저 돌담을 넘었어!

 

 

 

난 경치 구경하러 나오면서 돌담을 매우 힘들게 낭군의 도움을 받아가며 넘은거라,

 

소가 가뿐히 돌담을 넘는 걸 보곤 어이도 없고 대단하기도 하고 자존심도 상하고 묘한 기분인데,

 

아저씨는 소를 발견하시더니 아주 기겁을 하며 쫓아내려고 소리지르며 뛰어오신다.

 

그랬더니 이 소가 다시 가볍게 점프를 해서 돌담 밖 우리쪽으로 나온다.

 

아 진짜 헐이다...

 

 

 

: 낭군, 소가 넘은데가 돌담 넘기 좋은 포인트인가봐. 우리도 낮은 곳 찾아서 들어가자.

 

 

 

이러고 있었더니, 아저씨가 판자 하나를 살짝 치워주신다.

 

아하~~~ 사람이 드나드는 길목으로 돌담 낮은 곳을 살짝 판자로 막아놓은 데가 있었던 거다.

 

그럼 그렇지~ 이 숙소에 묵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처럼 호수 구경하러 걸어나가볼텐데,

 

돌담 사이로 문이 없어서 이상하다 했다.

 

 

오늘은 하늘이 좋아서 밤에 은하수를 찍으러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오토바이로 판공초 바로 옆에 접근이 가능한지 보려고 이동해봤으나, 모래길이라 오토바이가 앞으로 나가질 않는다.

 

아무래도 낭군이 감탄감탄감탄을 거듭했던 호숫가로 걸어나가야 할 듯 하다.

 

저녁이 되니 슬슬 몸살기운이 시작됐다.

 

저녁식사는 면볶음이었다.

 

 

 

: 밥이면 더 좋았을텐데. 부인은 많이 안 먹힌다.

 

낭군: 이게 토마토소스였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부인 조금만 먹어.

 

 

 

낭군은 자기 접시를 싹싹 비우더니 내 것도 조금 더 가져다 먹었다.

 

참 잘 먹는단 말이야..

 

 

 

 

: 낭군~ 은하수 찍으러 나갈꺼지? 부인은 못 나갈것 같애. 나가면 내일 장거리 이동인데 낭군한테 민폐될 것 같아.

 

낭군: 부인은 좀 쉬어. 먼저 자. 불 꺼줄께

 

 

 

진짜 금방 잠들었다. 도중에 주변이 새카맣게 어두울 때낭군이 옆에 누워있는 것만 확인하곤 세상 모르고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