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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19 인도 라다크

2019 인도 라다크 10일차-판공초에서 초모리리로

 

 

2019.7.30.

 

 

 

아침식사는 라다크브레드를 납작하게 누른 빵에, 버터랑 망고잼을 발라서 밀크티와 함께 먹는 거였다.

 

 

 

: ~! 지금까지 인도에서 먹은 아침 중에서 제일 맛있다!

 

 

 

아마도 홈스테이 사람들 중 1등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출발준비를 했다.

 

다른 방 손님인 외국인이 반가운 얼굴을 하며 다가온다.

 

 

 

외국인: ~ 오토바이 사진 좀 찍어도 될까?

 

낭군: 물론이죠

 

외국인: 배낭을 맨 게 신기해. 짐칸도 특이하고. 짐을 매우 잘 싼 것 같아. 사진찍어서 친구들한테 보여줘야겠어. 네 꺼야?

 

낭군: 저희는 렌탈했어요.

 

외국인: 어디로 갈꺼야?

 

낭군: 초모리리로 갈꺼예요.

 

외국인: 퍼밋은 있어?

 

낭군: , 판공초에서 초모리리로 가는 지름길 이용할꺼예요.

 

외국인: 나도 로얄엔필드 불릿모델 빌려서 가봤는데, 로마까지 갔다가 퍼밋이 없어서 돌아왔어.

 

낭군: 지름길은 불과 제작년쯤 외국인한테 오픈됐대요.

 

외국인: , 갔었는데 정보를 몰라서 퍼밋을 안 받았었거든. 둘이 타고 오는 데 파워는 괜찮았고?

 

낭군: 충분했어요. 레에서 판공초를 들려 초모리리로 이동중예요.

 

 

 

외국인은 우리 오토바이의 짐칸을 특히 집중적으로 사진을 찍으며,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홈스테이 주인 아주머니는 명함을 들고나와서 주시며, 내 손을 잡으시고는 인도어로 뭐라 말씀하신다.

 

말은 못 알아들었지만,

 

'손이 이렇게 차서 어떡하냐~'

 

이런식의 걱정이라는 걸 눈빛과 표정을 보고 느껴져서 마음이 참 따뜻해졌다.

 

주인아저씨도 우리가 출발할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해주셨다.

 

 

 

: 난 인도에서 묵은 숙소중에 랄파 홈스테이가 제일 좋은 것 같아.

 

낭군: ? 샤워 못하는데?

 

: 아 맞다, 그건 깜빡했네

 

낭군: 와이파이도 안되고

 

: 그렇네

 

낭군: 한식도 없고

 

: 아 취소할께

 

낭군: 부인 너무 섣불렀어.

 

 

초모리리로의 이동은 처음 시작부터 바짝 군기가 들어가 있다.

 

맵스미에 점선(트래킹 길)으로 나오는,

 

심지어 사람이 걷는 경로로 설정해도 경로설정이 되지않는 길을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

 

앗차 잘못해서 길을 놓치지 않게 신경써야 한다.

 

 

 

: 그래도 얼마전에 오픈된 길 치고는 바퀴자국이 선명하게 잘 보이는데?

 

낭군: 외국인한테만 오픈이 안 됐던 거고, 인도 사람들은 원래 이용했던 길이래.

 

 

 

판공초를 끝까지 따라가다 끝자락에서 서서히 멀어지며 추술(Chulsul)로 향하는 경로이다.

 

당연히 비포장이고, 정보가 너무 없어 길 상태도 잘 모르겠다.

 

메락을 지난 판공초 끝자락부터는 야생마들이 천지였다.

 

사람이 키우는 말들이 힘없고 무료하고 터벅터벅 걸어다니는 느낌이라면,

 

얘네들은 그냥 걸을때도 꼬리를 팔랑거려서 춤추는 것 같고,

 

걸음 자체가 매우 가벼운데, 툭하면 뛰어다녔다. 엄청 빠른 속도로.

 

배는 하얗고 등은 밝은 황토색인 게, 날렵한 분위기를 풍기는 데 한 몫 했다.

 

집단생활을 즐기는 건 아닌지, 아니면 혼자나 둘셋이서 자주 멀리 따로 산책을 즐기는 건지,

 

많은 수의 야생마들이 모여있진 않았으나 자주 마주치긴 했다.

 

초모리리 도착까지 야생마들의 수만 한 오십마리 정도 만난 듯.

 

 

 

첫 번째 고비와 맞닥뜨렸다.

 

분명 맵스미상에서는 직진으로 나오는데, 길 중앙에 펜스가 약 1km 정도의 길이로 막혀있는 게 아닌가?

 

 

 

: 낭군 여기 들어가면 안 되나봐. 문이 잠겨있어. 공사중이라 길을 차단한건가?

 

낭군: 옆으로 가보자.

 

 

 

다른 차들이 이미 경험했는지 옆으로 샌 바퀴자국들이 있었다.

 

오토바이로 그 자국을 따라가보았으나,

 

깊이 한 1.5미터에 폭은 50센치미터 쯤 되는 좁고 깊은 수로에 길이 막혀있었다.

 

펜스 옆으로 갈 수 있는지 걸어서 체크해봤으나, 오토바이로는 불가능이라고 판단.

 

 

 

낭군: 문을 열고 들어가보자.

 

 

 

문이 바깥에서 잠그게 되어있어서 열고 들어가는 건 가능했다.

 

안쪽의 표지판에는 'go green 2019'의 팻말만 붙어있었다.

 

아마도 원래 차 바퀴자국이었을 두 라인은 더 깊게 파여져 수로가 되어있었다.

 

녹지조성 사업을 하는 공간인 듯 했다.

 

옆으로 지나가야 하나?

 

방법을 고민하는 새,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 낭군 큰일났어 부인 배아파.

 

낭군: 저기 덤불 두 개 사이에 숨으면 안보이겠는데?

 

: 그래? 안전해보이네.

 

 

 

쫄래쫄래 덤불 뒤로 숨고있는 사이, 차 한대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오 마이 쉿!

 

완전 쪽팔릴 뻔 했네.

 

 

 

: 낭군! 차 한대가 오고 있어!

 

낭군: ? 어디?

 

: 저기. 우리랑 코스가 똑같아. 여기로 올꺼야.

 

 

 

아니나다를까.. 펜스를 발견했는지, 우리가 실패한 길로 방향을 튼다.

 

 

 

낭군: 그 쪽에 길 없어요.

 

: 물이 흘러서 길 차단돼요.

 

인도사람: 너희는 누가 여길 열어준거야?

 

낭군: 아뇨, 그쪽에 길이 없어서 들어왔어요. 당신도 원하면 열고 들어올 수 있어요.

 

인도사람: 그쪽으론 지나갈 수 있어?

 

낭군: 모르겠어요.

 

 

 

동행과 함께 두 명이 들어와서 앞쪽까지 살펴보더니, 이쪽으로 통과할 수 없다며 다시 밖으로 나온다.

 

그 사이...! 맞은편에서 흰색 차 한대가 들어오고 있다!

 

빵빵-!!!

 

자동차가 경적을 울려 차를 세우고는, 사람이 내려서 이쪽 인도 사람과 얘기를 한다.

 

 

 

낭군: 수로때문에 둘이 만날수가 없어. 어떻게 저쪽으로 가지? 저거 봐. 지금 저사람 점프해서 만난거지?

 

인도사람: 저쪽에 길이 있대. 늬들은 우릴 쫓아오면 돼.

 

 

 

재빨리 펜스에서 나와, 처음처럼 문을 잘 잠가놓고 차를 따라갔다.

 

펜스에 도착하기 약 100미터 전쯤, 옆으로 빠지는 자동차 바퀴자국들로 만들어진 길이 있었다.

 

녹지조성 사업을 위해 펜스로 길을 막은 대신 우회로가 형성된 것이다.

 

 

 

: 우리가 펜스 안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 인도 사람들이 이게 길일리가 없다는 반응이라 좀 놀랐어.

 

낭군: , 그럴 리 없다는 반응이었지?

 

: 인도도 생각보다 상식적이네. 너무 무시했나봐.

 

 

 

추술에 가까워질수록 풍경이 많이 바뀐다.

 

마치 늪지대가 형성된 듯한 풍경에, 낭군이 급작스럽게 탄성을 지른다.

 

 

 

낭군: !

 

: 어휴.. 낭군 너무 갑자기 크게 소리질렀어. 놀랬잖아.

 

낭군: 너무 멋있어!

 

 

 

마을 입구에는 양떼들이 잔뜩 이동중이다.

 

마침 우리가 가는 방향과 정확하게 일치해서, 동영상 촬영을 하며 따라갔다.

 

양들이 잘도 뛴다.

 

이미 먼저 도착한 그룹들은 풀밭에 옹기종기 모여서 열심히 풀을 뜯고 있다.

 

마을 자체도 아기자기했다.

 

추술이 꽤 큰 마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눈에 다 들어오는 걸 보니 그렇게 크지는 않았나보다.

 

 

 

추술을 지나 첫번째 체크포인트를 만났다.

 

체크포인트는 항상 군인들이 관리한다.

 

이번에도 역시 군인 두 명이 함께하는 듯 했는데, 그 중 한 분이 우릴 보더니 찻길로 나오신다.

 

 

 

낭군: 오토바이라고 일부러 찻길까지 나와주시나 보다.

 

 

 

퍼밋은 각 지역별로 복사본 4장씩을 준비했는데,

 

초모리리 가는 길에 체크포인트가 많다고 해서 혹시나 부족할까 하는 걱정에 판공초용 퍼밋을 제출했다.

 

다행히 통과됐다.

 

 

 

두번째 고비.

 

맵스미의 길을 따라가니 호수인지 늪인지, 지도에는 없는 매우 커다란 웅덩이가 형성되어 있다.

 

다행히 한 번 경험이 있으니, 우회로가 있을 거라고 판단,

 

멀리 빙 돌아서 우회로를 이용했다.

 

 

 

 

세번째 고비.

 

이번엔 진짜 고난도 미션이다.

 

건너기 어려워보이는 리버크로싱이 있었다.

 

이미 포기한 내 두 발로 천천히 바닥을 더듬어가며 오토바이가 지나올 길을 찾는데,

 

하아.. 앝으면 심한 돌길(자갈도 아니다. 큰 돌이다.)이고,

 

아니면 매우 깊은-진짜 무릎 깊이까지 푹 빠지는-곳이고,

 

그것도 아니면 모래 바닥이라 오토바이가 지나가면 밟는 즉시 넘어질 판이다.

 

 

 

: 낭군! 여기 안돼 이쪽에 큰 돌, 여기도 큰 돌 있어. 걸려. 여긴 이만~한 깊이야. 너무 깊어. 어떡하지?

 

 

 

낭군이 내가 손으로 어림잡은 깊이를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며 오토바이에서 내려서 직접 확인하러 걸어와본다.

 

물 깊이를 보더니 안되겠는지, 돌길을 선택한다.

 

 

 

: ? 거긴 안돼~! 바퀴가 낄꺼야. 여기 여기 여기도 전부 못 넘어올텐데?

 

낭군: 그래도 이쪽이 나아. 얕은데로 가야 돼.

 

: 알았어.

 

 

 

그래서.. 열심히 오토바이 바퀴가 걸릴만한 돌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돌들이 하나같이 너무 커서 한 개만 옮겨도 체력이 떨어져 손발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도 그럴것이, 여긴 해발고도 4,000미터가 넘는 곳이라구!

 

지금보다도 훨~씬 젊었던, 7년 전 하와이 마우나케어에 갔을 때도

 

2,800미터에선 조심조심 걸을만 했고,

 

3,400미터에선 어질어질 고산으로 발걸음 떼기도 힘들었는데!

 

.. 4,000미터 넘는 이 곳에선 내 몸무게 절반만한 돌덩이들을 끙끙거리며 나르면서 막노동을 하고 있네.

 

그렇게 큰 돌덩이 세 개를 들어 옆으로 던져버렸더니, 숨도 차고 더 이상은 쓰러질 것 같다.

 

 

 

낭군: 이제 가볼께.

 

: 부인이 뒤에서 잡아줄까?

 

낭군: 아니

 

: 알았어, 발 짚으면서 부릉부릉 하면서 조심히 와.

 

 

 

그러고선 조마조마하며 고프로를 꺼내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낭군은 물길에 들어서자 멈칫 하더니 파워를 높여 돌을 하나 넘고, 또 걸리더니 돌을 하나 넘고, 그러다.. 결국 돌에 걸려서 멈춰버렸다.

 

고프로를 급하게 종료하고 뛰어갔다.

 

낭군이 다시 파워를 높여 돌을 넘으려는 순간 기우뚱하더니 넘어진다.

 

하아...

 

 

 

: 낭군, 근데 부인이 진짜 체력이 바닥났어.

 

낭군: 일단 쉬자.

 

 

 

어차피 넘어진거, 좀 쉬지 뭐.

 

작은 배낭이 젖고있구나.. 할수없지 뭐.

 

가드 옆부분이 휘어지려나.. 어쩔수없지 뭐.

 

 

 

: , 일단 힘내서 오토바이 일으켜보자.

 

낭군: 준비 됐어?

 

: 아직, 잠깐만. 힘이 제대로 들어갈 자세가 잘 안 잡혀.. 됐어! 하나, , !

 

 

 

물에 쓰러진거라 매우 힘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게 오토바이가 세워졌다.

 

그러고서 오토바이 앞바퀴와 파워로 정복할 수 없는 커다란 돌 몇 개를 더 치워야 했다.

 

 

 

낭군: 부인, 이 돌은 안돼, 치워야 할 것 같아.

 

: 알았어.

 

 

 

온 힘을 다해 돌을 들어봐도 약올리듯 기우뚱거리기만 하고 물에서 돌 바닥이 들어올려지지 않는다.

 

돌이 너~무 크다.

 

 

 

낭군: 부인이 오토바이 안 쓰러지게 버티고 있어봐.

 

: , 이렇게?

 

낭군: 브레이크도 잡고있어.

 

:

 

 

 

양쪽 브레이크를 잡고 오토바이를 버티는데, ..생각밀큼 힘들지 않다?!

 

그러다 낭군이 앞바퀴에 걸린 큰 돌을 옆으로 빼내는 순간! 묵직... 오토바이의 진짜 무게감이 느껴진다.

 

골반힘으로 오토바이를 버텼다.

 

손 힘 같은 건 돌을 나르며 진즉 빠졌다.

 

그렇게 돌을 없애고서도 돌 한 개, 한 개를 밟을때마다 뒤에서 힘을 주어 밀어야 통과가 가능했다.

 

~~~~~짜 힘들게 겨우 3m 남짓한 구간을 패스했다.

 

 

 

낭군: 우와, 부인 오늘 진짜 고생했다.

 

: 낭군도~. 좀 쉬자. 부인 체력이 급 고갈됐어.

 

 

 

심지어, 너무 힘을 줘서 그런지, 배도 아팠다.

 

 

 

: 낭군 근데 큰일났어. 다시 화장실 가고 싶어. 너무 힘줘서 그런가봐.

 

낭군: 이 돌 뒤에서 볼일 봐, 그럼 우리가 온 쪽은 시야가 확보되고, 반대쪽은 저 위에서 보이니까.

 

: 그럼 낭군이 위에서 망보다가 멀리 차가 보이면 부인 한 번, 가까우면 부인부인 두 번 외쳐줘.

 

낭군: 응 알았어.

 

 

 

그렇게 언덕 위쪽으로 올라간 낭군은 먼저 당당하게도 볼일을 본다.

 

난 커다란 바위뒤에 숨어서 재빨리 해결~~~

 

네이처 토일렛.

 

아 시원해라. 이제 맘편히 이동하겠네.

 

 

 

낭군: 사실은 오토바이 넘어졌을 때 사진찍고 싶었거든? 근데 부인 상태가 너무 아닌것 같아서 말았어.

 

: 난 낭군 동영상 찍다가 멈췄거든? 근데 끄지 말고 바위 위나 어디에 세워놓고 쭉 찍을껄 하고 후회됐어. 나중에 보면 재밌었을텐데.

 

 

 

힘든 고비를 마치고 나니 체력소모로 배가 고팠다.

 

지나는 길에 있는 홈스테이 겸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당연히, 메뉴는 따로 없고 한 가지이다.

 

식사가 준비되는 사이, 신발을 벗어 물기를 빼고, 양말을 짜서 햇빛에 널어놓았다.

 

맨발로 뒤뚱거리며 식탁으로 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낭군: 쟤네는 뭐 하는건가 하겠다 ㅋㅋㅋㅋ

 

: 이상한 애들인 줄 알겠지 뭐

 

 

 

메뉴는 카레랑 야채볶음.

 

 

 

: ~! 인도 카레네? 맛있겠다. 우리 스프라이트도 하나 마시자.

 

낭군: 그래!

 

 

 

낭군이 스프라이트 뚜껑을 열자, 음료가 폭발한다.

 

낭군 티셔츠고 바지고 할 것 없이 전부 튀었다.

 

 

 

: 푸하하하하하

 

낭군: 이게 뭐야!

 

: 생각해보니 기압 높은 곳에서 만들어서 가져왔겠다. 폭발하는 게 당연하네. 이거 봐, 이만~큼 없어졌어 벌써. ㅋㅋㅋㅋ

 

낭군: 유문암질 용암이 화산가스를 많이 포함하고 있어서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게 이런거야.

 

: 뉘예~뉘예~~

 

 

 

대충 옷을 털고 식사를 하러 자리에 앉았다.

 

 

 

낭군: 어디~ 어떤 맛인지 볼까? ........... 내 입맛에 맞는 것 같진 않다.

 

: 맛 없어? ... ...

 

 

 

내가 알고있는 인도카레는 이런 밍숭맹숭한 맛이 아닌데.. 거참 이상하네..

 

결국 점심은 조금만 먹었다.

 

 

 

: 얼마야?

 

꼬마: 245루피예요.

 

 

 

500루피짜리밖에 없어서 내고 거스름돈을 기다렸다.

 

, 근데 거스름돈이 없나보다.

 

 

 

꼬마: 잔돈이 없어요.

 

: 나도야.

 

 

 

계속 어쩌지~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조급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

 

거스름돈이 없으면 그냥 물건들을 사지 뭐.

 

이런 생각으로 있었다.

 

지나가는 길에 화장실을 사용하러 들른 택시투어팀 손님에게 잔돈을 바꿔 받고 거스름돈을 받았다.

 

다시 양말과 신발을 꾸역꾸역 신고 출발~

 

 

 

낭군: 우리가 스프라이트 터진 것 같은 일로 짜증내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 , 그 정도로 짜증내지는 않지 우리가.

 

낭군: 다른 사람들 중에는 지금 여행이 끝난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어. 아까 물에서 넘어졌을 때 끝난 사람도 있을 수 있고.

 

: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초모리리로 이동하며 두번째 체크포인트를 만났다.

 

 

 

여군: 어디로 갈꺼야?

 

: 초모리리요

 

여군: 바이크 넘버는?

 

: xxxx 9063이요

 

여군: 전화번호?

 

: 인도 전화는 없어요

 

여군: 신분증도 줘

 

: 여권이요, 잠시만요~

 

 

 

모든 체크포인트에서 확인하는 기본 사항이 똑같다.

 

 

 

세번째 체크포인트는 체크포인트인 줄 몰랐다.

 

멀리서 다가오며 봤을 때 계곡을 포함해서 보이는 뒷 배경이 너무 예뻤기 때문이다.

 

지나오는 길에 군인들이 계곡물에 보트를 띄어놓고 훈련하는 모습을 보긴 했다.

 

사실, 그것도 처음엔 사고가 났거나 공사하는 줄 알았다.

 

 

 

: 안녕하세요

 

군인: 헬로~ 어디로 가?

 

: 초모리리로 가요. 여권 두 명 여기있고, 퍼밋은 여기있어요.

 

군인: 초모리리 다음엔 판공초 갈꺼야?

 

: 아뇨, 레로 갈꺼예요.

 

군인: 그럼 여기로 다시 와?

 

: 여기로 안 돌아와요, 레로 가요.

 

군인: 그럼 xxx, xxx로 가는거야?

 

: ??? ...로 갈껀데요.....

 

낭군: 오케이 오케이! (낭군이 대화를 듣더니 멀리서 소리친다.)

 

군인: xxx, xxx로 가는 거 맞아? 넌 이해했어?

 

낭군: , 이해했어요 맞아요!

 

군인: 너도 이해했어?

 

: 아니용... 내 남편은 알꺼예요...

 

군인: 에휴

 

 

 

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 내가 한심해?!! 지명 좀 모르면 어때서!!!

 

그래도 낭군이 내가 모를만한 지명이라며 설명해 줬다.

 

레에서 초모리리를 올 때 길이 라운드형으로 되어있어서,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이 곳 체크포인트로 들어왔다가 레로 갈 때도 다시 이 곳 체크포인트를 지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우린 다시 지나지 않을 거라면서.

 

 

초모리리에 도착하기 전, 작은 호수 하나가 나왔다.

 

이 곳도 꽤 볼만하게 예뻐서, 내려서 사진 몇 컷을 찍었다.

 

낭군 말로는 가짜 초모리리로 불린다고 했다.

 

 

 

 

초모리리를 15km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는 좁은 계곡물이 나타나며 계곡 양쪽으로 초록풀들이 잔뜩 자라있는 풀밭 풍경이 펼쳐졌다.

 

이 곳 라다크 지역은 정말 한여름이 되어야 이렇게 한국의 초봄 느낌이 드는구나.. 하면서 멍하니 구겨하고 있는데,

 

풀밭 사이에서 뭔가 깡총 깡총 뛰어다닌다.

 

 

 

: ? 낭군! 여기 토끼도 사나 봐... 가 아니네? 맙소사 마못이 뛰어다녀!!!!

 

 

 

마못은 작은 구멍에서 고개를 내밀고, 주변을 둘러보고 경계하며 조심조심 움직이는 아이인 줄 알았다.

 

정신차리고 집중해서 보니, 이 근처 풀밭에 엄청나게 많은 마못들이 죄다 나와서 뛰어다니고 있다.

 

얌전하게 걷거나 구멍 입구에서 눈치를 보며 서 있는 마못이 오히려 보기가 힘들다.

 

... 사람들이 접근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마못들이 이렇게 활발하게 뛰어다니는구나..

 

직접 경험으로 알게 된 마못의 생태랄까.

 

초모리리 구경 후 다시 나올 때 얘들의 뛰어다니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야겠다고 다짐 다짐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뒤로하고 지나쳤다.

 

이미 시간이 꽤 되어 저녁 6시가 되었기 때문에, 조금 조급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초모리리에 도착하니 마을 입구에 네번째 체크포인트가 있다.

 

 

 

: 안녕하세요

 

군인: 헬로~

 

: 여기 초모리리 퍼밋, 여권 두 명이요.

 

 

 

하고, 서류를 계속 뒤적거렸다.

 

바이크넘버가 적힌 종이를 찾아내려고 정신을 집중했다.

 

 

 

군인: 어느나라 사람이야?

 

: 한국이요.

 

 

 

여전히 서류를 뒤적거리며 대답했다.

 

그리고 바이크 서류를 찾았을 때,

 

 

 

군인: 바이크 넘버는?

 

: x x x x 9 0 6 3 이예요!

 

 

 

서류를 찾아낸 기쁜 마음에,

 

손에 서류를 들고 알파벳과 숫자를 하나씩 짚어가며 또박또박 읽어드렸다.

 

 

 

군인: -

 

 

 

어라? ? 내가 웃겨??

 

 

 

군인: 어쩌구 저쩌구 중얼중얼..

 

 

 

웃으면서 혼잣말을 하며 바이크넘버를 기록한다.

 

 

 

군인: 카메라는 있어?

 

: ! 물론이죠!

 

군인: DSLR이야?

 

: 아뇨.. 오토예요. 하지만 충분해요.

 

군인: 스마트폰으로 찍는구나. 한 대야?

 

: 아뇨, 우리 둘 다 있죠.

 

군인: 핸드폰 번호는?

 

: 인도 번호는 없어요.

 

군인: 너네 출입 번호는 18번이야.

 

: 18번이요, 알았어요, 18. 18.

 

군인: 숙소는 예약했어?

 

: 못했어요. 이제 해야돼요.

 

군인: 여기 링로드야. 이렇게 돌아나가면 마을에서 숙소 찾을 수 있어. 숙박비는 3,000루피고.

 

: 300루피요? .. 아마 더 비싸게 받을꺼예요. 우린 외국인이잖아요.(3,000300으로 들어버렸다.)

 

군인: 맥시멈 3,000이야. 최저로는 1,000도 있구.

 

: (300이 최곤데 최저가 1,000도 있다구? 뭐지?) 암튼, 고마워요~!

 

 

 

체크포인트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자마자 마을이다.

 

처음 접촉한 돌핀호텔은 방 깨끗하고 뷰좋고 두명에 저녁, 아침 포함하여 3,000루피.

 

.. 호텔이라 호텔 가격을 받는구나. 5만원 돈이잖아?

 

일단 주변 시세를 더 알아보기로 했다.

 

두번째 접촉한 게스트하우스는 방 더럽고 뷰는 그냥저냥, 퀴퀴하고 침침하고 저녁, 아침 포함하여 1,500루피.

 

화장실도 공용인데 그나마 상태도 별로다.

 

따뜻한 물은 당연히 안 나온다.

 

, 이렇게 컨디션이 별론데 1,500루피라고?

 

세번째 접촉한 게스트하우스는 방은 깔끔한 편이고 그럭저럭인데 2,500루피.

 

 

 

: 일단 이 마을 시세는 알겠다. 이 동네가 다 비싸네.

 

낭군: 아까 그 게스트하우스가 1,500을 부른 게 비싼 게 아니었구나. 여기가 2,500을 부르는 게 놀라운데?

 

: 1,500 아끼는 거면 3만원도 안되는데 그럼 호텔 가는 게 낫지, 이런 상황이면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건 돈 찔끔 아끼려는 것밖에 없잖아.

 

낭군: 그래, 호텔로 가자.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직각으로 창문이 있어, 초모리리와 설산이 모두 보인다. 최고의 뷰다.

 

 

 

: 와이파이 되나요?

 

직원: 아뇨, 이 지역 전체가 와이파이는 안돼요.

 

 

 

호텔이라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다.

 

 

 

: 뜨거운 물은 나와요? 핫 샤워를 하고 싶거든요.

 

직원: 핫샤워라면 저쪽 방이 더 좋아요. 이 방은 따뜻하기만 해요. 보여줄게요.

 

 

 

반대쪽 방 역시 직각뷰였지만 설산 대신 공사장이 보여서, 고민끝에 뷰 좋은 방으로 선택했다.

 

 

 

낭군: 점심식사를 호텔에서 가능할까요? 밖으로 안 나가고 쉬고 싶어서요.

 

직원: .. 며칠 묵을건가요?

 

: 이틀이요.

 

직원: 내일.. 잠시만 기다리세요. 내일 방이 있는지 확인해볼께요.

 

낭군: .. 방이 없을수도 있구나.

 

 

 

잠시 후 자신을 호텔 오너라고 소개한 사람이 들어왔다.

 

 

 

주인: 죄송합니다. 내일은 모든 방이 예약되어 있어요. 대그룹이 오기로 되어 있어서요.

 

낭군: .. 저희는 이틀 묵을곳이 필요해요.

 

주인: 오늘은 가능해요. 내일은 돌핀 게스트하우스로 옮겨 드릴께요. 물론 가격은 더 저렴하구요. 뷰도 좋아요.

 

낭군: 하지만 여기랑 뷰가 같지는 않겠죠.

 

주인: , 그렇죠...

 

낭군: 어떡하지 부인?

 

: 우리한테 중요한 건 내일이잖아. 내일 종일 빈둥거릴 거니까. 오늘 묵는 건 의미 없는 것 같아. 잠만 자는 거잖아.

 

주인: 내일 오기로 한 그룹이 취소되면 이틀 묵을 수 있어요.

 

낭군: 하지만 확신할 순 없는거죠.

 

주인: , 확신은 못하구요.

 

: 저희는 이틀을 쭉 연속해서 묵고싶어요.

 

낭군: 감사합니다.

 

 

 

.. 초모리리는 숙소가 좀 힘들구나..

 

 

 

낭군: 앞집 사람이 아까부터 계속 우리한테 관심을 보이는데, 들어가보긴 할까?

 

: 리조트인데? .. 구경은 해보자.

 

 

 

직원이 신나서 방을 안내해준다.

 

리조트는 짓고 있는 중이었고, 바로 뒤편에 있는 숙소를 보여주었다.

 

3000루피짜리 방과, 2500루피짜리 방을 보여주면서,

 

두 방의 차이는 핫샤워가 되는 방과, 따뜻한 물이 안나와서 아침에 양동이에 따뜻한 물은 갖다주는 것과의 차이라고 했다.

 

 

 

낭군: 부인 어떡할래?

 

: 낭군은 어떤데? 혼자라면 어떡할꺼야?

 

낭군: 난 모르겠어 진짜.

 

: 이 정도 방이 아래 호텔이랑 같은 가격을 받는 게 어이없고, 그래서 이틀이어도 이 방은 일단 아닌 것 같아.

 

낭군: 그치, 나두 그렇게 생각해.

 

 

 

더 높은 지역에 있는 숙소들을 둘러보려고 나오자, 돌핀호텔 주인이 담장까지 뛰어와서 소리친다.

 

 

 

주인: 늬들 이틀 묵을 수 있어! 단체팀 예약 취소됐어 내가 전화해봤어!

 

 

 

좋은 소식이었으나, ~시 거짓말을 하는걸까봐 다시 한 번 체크해야 했다.

 

 

 

낭군: 다시 확인할께요. 우리 이틀 묵을 수 있다는거죠.

 

주인: , 예약 취소됐어.

 

낭군: 확신할 수 있어요?

 

주인: 응 확신할 수 있어.

 

낭군: 만일 내일 체크아웃 해야하면 숙소비 지불 안할꺼예요.

 

주인: 오케이 오케이

 

 

 

그러더니 걱정 말라는 듯 낭군에게 악수를 청한다.

 

그렇게 뷰 좋고 깨끗한 호텔로 들어왔다.

 

웰컴티로 커피를 주셨는데, 진짜 오랜만에 먹어보는 맛있는 밀크커피였다.

 

커피 알갱이와 설탕을 넣고, 함께 가져다 주신 보온병에 뜨거운 물이 들어있는 줄 알고 부었더니,

 

따뜻하게 데운 우유였다.

 

말 그대로 진짜 밀크커피를 웰컴티로 주신 거였다.

 

 

 

낭군: 따뜻한 물이 나와야하는데..

 

: 부인 머리만 감으면 돼

 

낭군: 부인 샤워할 수 있게 해줘야되는데..

 

: 낮에는 할 수 있을지도 몰라.

 

낭군: 최소 5분은 틀어놓으랬어. 계속 틀어놔보자.

 

: 그럼 낭군이 먼저 씻고, 따뜻해지면 부인 씻을께.

 

 

 

저녁 식사시간은 8시로 정해져 있어서, 그 전에 샤워까지 마치기로 했다.

 

낭군이 먼저 씻으러 들어갔다.

 

씻고 나오더니 따뜻한 물이 잘 나온다고 해서, 곧바로 씻으러 들어갔다.

 

.. 뜨거운 물이 잘도 나온다.

 

오래 틀어놔야 따뜻한 물이 나오는 방이었구나.

 

샤워하는 도중에 정전이 돼서(아마도 마을 전체가), 핸드폰 플래시로 조명을 밝히면서 씻는 헤프닝은 있었지만,

 

오랜만의 샤워는 기분이 좋았다.

 

그래봤자 겨우 이틀 샤워를 못한거구나.

 

 

 

직원: 똑똑

 

낭군: ~

 

직원: 저녁식사가 준비됐어요.

 

 

 

재빨리 다이닝룸으로 갔다.

 

부페식으로 깔끔하긴 한데, , 카레, 야채볶음, 스프 네가지 메뉴인 건 어느곳이나 똑같은 것 같다.

 

인도의 주 메뉴인것 같다.

 

쌀을 얇게 펴서 과자처럼 바삭하게 구워낸 것도 있었다,다행히 야채볶음은 입맛에 맞았다.

 

후식으로 밀크티를 마셔볼까.. 하는데, .. 제조법을 모르겠다.

 

 

 

: 여기있는 재료들로 밀크티를 만들 수 있나요?

 

직원: 아니요.

 

 

 

그러더니 주방으로 들어가려고 해서, 급하게 말리고, 홍차를 선택했다.

 

방으로 돌아와선 낭군이 준비해 온 영화를 감상했다.

 

역시, 여행와서 침대에 누워서 영화보는 건 재밌어.

 

그렇게 시간을 보냈더니 주변이 어두워졌다.

 

은하수 사진찍을 타임~!

 

방에서의 뷰가 워낙 좋아서 창문만 열고 촬영이 가능했다.

 

 

 

낭군: 각도가 안나와.

 

: 뭐가 문젠데?

 

낭군: 창 바깥쪽 턱이 아래로 경사져있어서 카메라를 놓을 수가 없어.

 

: 노트북 써.

 

낭군: ?

 

: 노트북을 창틀에 걸쳐서 바깥쪽에 카메라를 두면 되지.

 

낭군: .. 될 것 같아. 해볼께.

 

: 근데 노트북 조심해줘~ 떨어뜨리면 사줘야 해.

 

낭군: 응 손으로 아예 잡고 있어. .. 그래도 카메라가 더 위른 향해야 하는데?

 

: 핸드폰 써. 카메라 앞을 받쳐봐.

 

낭군: , 될 것 같애.

 

 

 

초점이 잘 안맞는다고 해서, 나름대로의 정교한 기술로 초점을 조절해서 건넸다.

 

 

 

낭군: ~ 부인 지구과학교사다운데?

 

: 낭군 조수로 쓸 만 하지? 생각 잘했지?

 

낭군:

 

 

 

낭군이 우스갯소리로 띄워주긴 했으나,

 

낭군보다 내가 시력이 좋기 때문에 초점 맞추기가 유리하다.

 

밖으로 나가진 않아서 엄청난 배경으로 찍히진 않았으나, 하늘이 깨끗해서 사진이 봐줄만은 했다.

 

어쨋든, 침대에 누워서 밖의 별이 보인다는게 경이롭긴 하다.

 

심지어 창문을 열지 않아도 밝은 별들은 그냥 보였다.

 

 

 

낭군: 오늘의 은하수 사진은 부인 작품으로 할께.

 

: ㅋㅋㅋ 난 별사진은 안 써먹을건데?

 

낭군: 써먹어~ 자랑해~

 

: 별로.. 풍경사진이 훨씬 좋아.

 

 

 

그렇게 돌핀 호텔에서의 이틀 중 첫째 날 밤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