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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19 인도 라다크

2019 인도 라다크 8일차-누브라밸리에서 판공초로

2019.7.28.

 

 

 

620분에 기상.

 

어젯밤엔 피곤할 일이 없어서 잠이 쉽게 들지 않았다.

 

인도 게스트하우스 답지 않게(?) 이불이 뽀송뽀송해서 기분은 좋았다.

 

아침에도 따뜻한 물이 잘 나오니 천국이다.

 

준비를 마치고 아침식사를 하러 내려가니 7.

 

특이하게도 다른집과 조금 다르게 브레드오믈렛이라고 해서 아예 빵에 계란을 입혀주는 방식이었다.

 

 

 

: 많이 먹어 판공초 도착해서 점심 먹게.

 

낭군: ? 가는길에 먹을데 많이 있어.

 

: 혹시 모르잖아. 남기지 말고 다 먹어.

 

 

 

우리 둘 다 식빵 세개 반 정도에 해당하는 양을 남김없이 싹싹 먹었다.

 

1,200루피를 지불하고 출발~!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판공초로 가는 길은 끝내주면서 스펙타클했다!

 

마을을 출발하자마자 골목어귀에서 당나귀떼를 만났다.

 

레에서 아무렇게나 길에 돌아다니던 소들이 가정집 담장밖으로 삐져나와있는 풀을 뜯어먹던 것과 같은 모양새였다.

 

말을 잔뜩 몰고가시는 아저씨도 만났다.

 

아무튼 다 귀여워...

 

지나오다 보니 누브라밸리로 들어가며 지났던 인더스강 옆길을 다시 지나게 됐다.

 

지난 밤 비가 더 많이 왔더라면 아마 이 강이 범람했겠지?

 

그러면 블로그에서 봤던, 판공초로 가는 길이 차단됐겠지?

 

이미 지금도 충분히 불안할 만큼 길 바로 옆으로 넘실대는데..

 

낭군 말대로 이정도 날씨로 감사해야겠다.

 

 

판공초로 가는 길은 어이없는 도로가 많았다.

 

포장이 잘 돼있다가도 갑자기 잠깐 극심한 비포장으로 바뀌고, 한쪽은 대부분이 깎아지른 절벽인데 안전펜스는 단 한 군데도 없고,

 

반대편 면 역시 지금 당장 낙석이 떨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절벽인데 낙석방지 그물이나 펜스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어 어딜 봐도, 어느 순간에도 사각 프레임만 씌우면 액자 속 그림이 됐다.

제일 황당했던 절벽길은 우리 전공이 무엇인지 생각나게 했던 역암길.

 

절벽이 통채로 '내가 역암이오~!'라고 소리지르고 있는 듯한 모습에 기가막혔다.

 

 

 

낭군: 이런 역암은 처음 봐.

 

: 지금 역암 하나가 쏙 빠져서 낙석으로 굴러떨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겠어.

 

낭군: 역들이 박혀있는 거 봐. 역암층을 통채로 깎아서 이 길을 만들었다는 거잖아.

 

 

그렇게 생각해보니 인도 사람들 참 대단하다.

 

인구가 10억이 넘는다더니, 별별 일을 다 하는구나.

 

 

 

레의 샵에서 만난 아저씨들이 말씀하신 리버크로스도 많이 나왔다.

 

첫 번째 리버크로스는 비교적 쉬웠다.

 

발목 깊이 정도의 물이라 음 이정도야 우리한텐 껌이지~하는 정도?

 

리버크로스는 여러 번 나왔다.

 

조금 깊어보이거나 물살이 세 보이면 내가 먼저 내려서 앞장서서 건너보며 오토바이가 밟으면 좋을 길을 안내했다.

 

운동화가 물에 젖은건 오래전이다.

 

무릎 깊이의 물이 있다고 했으니 진즉 포기하고 운동화를 적시며 물에 첨벙첨벙 빠지면서 건너는 게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그렇게 가다보니 다리가 나오며 리프레시 포인트가 나온다.

 

그리고, 맵스미에서 가리키기론, 다리를 건너가면 비포장 시작이다.

 

아무렇게나 돌 위에 걸터앉아 운동화를 벗고, 양말을 벗어서 물기를 짜냈다.

 

먼저 와 있던 택시의 손님인듯한 중국인 아저씨가 다가온다.

 

 

 

중국인: 어쩌구저쩌구

 

낭군: 저 중국인 아니예요

 

중국인: 중국인이라고?

 

낭군: No!

 

 

 

낭군은 대부분은 친절한데 중국인들한테는 대체로 친절하지 않은 것 같다.

 

중국인들이 보통 여행지에서 시끄럽거나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봐서 마음속으로 반기지 않는 것 같다.

 

중국 아저씨는 단호한 No 대답에 말 없이 차로 돌아가더니,

 

다른 일행들과 함께 우리를 사진찍기 시작했다.

 

.. 오토바이로 라다크 지역 여행하는 게 신기한가?

 

이거 여기선 흔하던데..

 

특히 누브라같은 경우, 오토바이 열대에 택시는 한 대꼴로 만난 것 같다.

 

젖은 운동화의 물기를 꽤 털어내고 출발.

 

다리를 건너자 마자 나름 휴게소답게 잡화를 판매하는 구멍가게가 있었다.

 

두루마리 화장지를 하나 구입하고 진짜 출발.

 

한참을 달리는데 길이 너무 좋다.

 

택시도 사람도 전혀 없다.

 

 

 

낭군: 이 길 맞아?

 

: 잠깐만 확인해볼께. ? 잠깐, 이 길 아니다.

 

낭군: 아니야?

 

: , 아까 다리건너서 왼쪽길이 있었나봐. 비포장이라고 나오는데 그래서 내가 못봤나? 길 본거 없는데..

 

낭군: 처음으로 돌아가면 되는거야?

 

: . 4km 이동했어. 다시 돌아가야돼. 어쩐지 택시들이 전혀 없더라.

 

 

 

잘못된 길이 포장이 워낙 잘 돼있어서 속으로 좋~다 하고 있었는데, 길을 잘못 들어선거였다.

 

다시 휴게소로 돌아왔다.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길이 잘도 보였다.

 

 

 

낭군: ~ 여기구나. 아까 여기에 차가 서있었어. 그래서 안보였어.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맵스미에서는 비포장이라고 나오는 길인데 포장이 너무 잘 돼있었다.

 

 

 

: 낭군, 여기 맵스미는 비포장이라고 나와. ~

 

낭군: 응 얼마전에 포장했다고 들은 것 같애.

 

: 우와.. 다행이다. 심지어 포장한지 얼마 안돼서 길 상태도 엄청 좋네.

 

낭군: 그러게. 그렇게 생각하면 인도 정부에 감사해야하나?

 

 

 

그 후에도 리버크로스는 몇 번 있었으나, 전부 그다지 난이도가 높지 않았고,

 

조금 애매하다 싶으면 내가 내려서 먼저 물에 빠져 걸어보며 길을 확인했더니 무서울 게 없었다.

 

주변 경치도 너무 예뻐서 신이 난 내가 동영상을 신나게 찍으며 달리고 있었다.

 

 

 

낭군: ?!! 부인! 앞에 무슨 일 있나봐. 차들이 못 가고 있어.

 

: 체크포인트인가?

 

 

 

앞에 보이는 얕은 오르막길에 차들 약 스무대가 줄줄이 서 있었다.

 

 

 

: 우린 앞으로 가보자. 오토바이잖아.

 

낭군: 그래

 

 

 

근데 잘 가던 낭군이 차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 거의 뒤꽁지 부분에서 멈춘다.

 

 

 

: 낭군! 여기 사이로 와 봐. 될 것 같아.

 

 

 

차들 옆으로는 꽁무니 줄의 차들 양쪽으로 공간이 너무 좁아서 갈 수 없었지만,

 

옆으로 새서 조금만 빠져나오면 제일 앞 행렬에 합세하는 게 가능해 보였다.

 

 

 

낭군: 여기로 가라고? 안 될 것 같은데?

 

: 아냐. 여기 돼. 해 봐.

 

낭군: 글쎄, 안 될것 같은데.

 

: 아냐. . 가 봐.

 

낭군: 부인이 앞에 먼저 가 봐.

 

: 오케이 단단한지 확인하라는 거지? 내가 먼저 밟아볼께.

 

낭군: .

 

: 단단해. 올 수 있어. 여기로 와

 

 

 

그렇게 낭군을 채근해서 결국 거의 제일 앞까지 갔다.

 

 

: 부인이 앞에 가서 상황을 파악해볼께.

 

 

 

꾸역꾸역 올라간 앞쪽은 맙소사...!!!!

 

길이 사라져있었다!!!!

 

아무리 비포장 도로라지만, 이게 과연 길이 맞는지 형체도 찾을 수 없을만큼 무너졌고,

 

깊고 넓은 물이 물살도 세게 콸콸 흐르고 있었다.

 

그 강 한가운데서 포크레인이 근처 자갈들을 긁어모아 길을 만들고 있었다.

 

 

 

: 낭군! 여기 못 가! 길이 아예 없어서 지금 포크레인이 길을 만들고 있어!

 

 

 

그 순간, 기가막힌 타이밍이었다.

 

공사하던, 앞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동시에 박수를 치더니 흩어져서 차에 탑승했다.

 

우리가 딱 도착해서 길 만드는 장면을 구경까지 하자 작업이 딱 끝난것이다.

 

완전 굿 타이밍~!

 

낭군도 올라와서 직접 보더니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했다.

 

 

 

낭군: 부인도 오토바이 타.

 

: ~대 안돼. 여기 부인 태우고 못 건너.

 

낭군: 부인이 걸어서 이 강을 못 건널 것 같아서 그래.

 

: 그래도 절대 안돼. 난 그냥 걸어갈께. 낭군이나 조심히 건너

 

 

 

고프로를 손에 들고,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인부아저씨: 파워풀 파워풀!

 

 

 

낭군더러 기어를 세게 당기라며 걱정스레 지켜보신다.

 

나 따위는 옆에서 무릎까지 빠져가며 물살에 휘청거리고 기우뚱대며 건너고 있어도 전혀 안중에도 없다.

 

이미 낭군 전에 오토바이 한 대가 건너려다 실패하고 후진했던 터라, 낭군이 걱정 되는가보다.

 

낭군이 안 넘어지고 잘 지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었는데, 생각보다 잘 건너는 걸 보니 안심이 됐다.

 

그리고, 낭군과 내 신발은 아주 쫄딱 젖어버렸다.

 

그 다음부터는 무난하게 잘 달렸으나,

 

우리가 워낙 천천히 가는 탓에 우리 뒤로 줄줄이 강을 건넌 차들에게 하나씩 차례대로 추월당하고,

 

한참 뒤 샤욕(Shyok)이라는 지역의 체크포인트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조금 이른감이 있지만, 점심식사를 하기로 결정.

 

메기(진라면 순한맛을 끓여서 국물은 거의 없앤 듯한 음식)를 두 개 주문해 놓고 운동화를 벗었다.

 

운동화를 거꾸로 뒤집으니 물이 주르륵~ 흐른다.

 

 

 

낭군: ㅋㅋㅋㅋㅋ

 

: 엄청나지? ㅋㅋㅋ 양말도 짜서 신어

 

낭군: 소용 없을것 같아 안쪽이 젖어서

 

: 양말을 짜고 다시 신발을 신어. 쫌 이따가 또 짜서 신어

 

낭군: 부인말대로 해봐야겠다.

 

 

메기는 맛은 있었으나 양이 조금 적었다.

 

금방 배고플 듯.

 

 

체크포인트에서 퍼밋을 제출하고 출발.

 

얼마 못 가서 계곡이 흐르는 풍경에 멈춰버렸다.

 

~~무 멋있었다.

 

우리가 멈추는 바람에 전염됐는지,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멈추고는 다들 사진을 찍어댔다.

 

 

 

그리고 또 얼마 못가서 빙하녹은물과 강물이 합쳐지며 색이 바뀌는 포인트에서 또 멈춰버렸다.

 

오토바이의 장점 중에 하나지.

 

 

 

: 택시 탄 사람들은 못 멈추지롱~!!!!

 

 

 

신나서 혼자 소리지르며 사진찍고 영상찍고 난리를 쳤다.

 

 

 

 

그렇게 가다보니 길이 특별히 좋아지며 세얼간이를 현수막에 프린트해서 걸어놓은 식당 거리가 나타났다.

 

우린 배가 고프진 않았으므로 패스~

 

오랜만에 속력을 올려서 질주가 가능한 도로였다.

 

그러나 곧 멈췄다.

 

전방과 후방 모두 너~~무 예뻐서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었다.

 

 

 

: 진짜 너무한다. 경치가 예뻐도 적당히 예뻐야하는거 아냐? 하아... 앞뒤로 다 끝내줘.

 

낭군: ~ 뒤도 멋있었구나

 

: 인도가 아이슬란드 다음으로 멋있는 것 같애. , 낭군은 인도가 1위라고 하려나?

 

낭군: 어떻게 알았어

 

: 낭군은 그럴 것 같았어. 아이슬란드는 내가 그런 경치를 처음봐서 충격이 컸던거라 가슴에 박힌것 같아.

 

 

 

태국, 푸켓,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대만, 홍콩, 마카오, 하와이, 미서부, 서호주, 호주중부, 일본, 뉴질랜드,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페루, 볼리비아, 칠레, 캐나다...

 

이렇게 갔었구나.

 

그 중 인도가 우리 여행지들 중 1위라니 참 대단한 나라다..

 

 

이런 생각을 하며 가고 있는데,

 

사람들이 우글우글 모여있다?!

 

택시고 승용차고 다들 서서 뭔가를 보고있다.

 

이러면 뭐가 있는거지, 우리도 합세해야지.

 

다가가서 보니, 바닥의 구멍에서 마못(marmot)이 얼굴을 쑤욱 내밀고 있는 거였다.

 

-! 짱 귀여워!

 

살금살금 다가가며 행여나 구멍속으로 도망갈새라,

 

한 걸음 다가가서 사진찍고, 또 한 걸음 가서 사진찍고를 반복했다.

 

사람들은 더 모였고, 자기를 둘러싼 사람들이 무서웠는지,

 

조금 두리번거리던 마못이 구멍 안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낭군: 부인 친구 사진 찍었어?

 

: ! 진짜 열심히 찍었어. 우리도 사진찍자.

 

 

 

 

사실 주변 풍경이 매우 멋진 곳이었다.

 

방향을 바꿔가며, 온갖 똥폼을 잡아가며 사진을 찍었다.

 

그새 마못을 구경하던 차들과 사람들은 전부 가던 길로 가버렸고,

 

우리와 가족여행으로 보이는 차 한 대만 남았다.

 

 

 

아저씨: 헬로우~ 저기 봐!

 

 

 

다른 마못이 구멍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아저씨의 쇼맨십이 시작됐다.

 

당근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가져와서 마못을 구멍 밖으로 유인하며,

 

두발로 일어서게도 하고, 심지어는 까치발로 허공의 먹을걸 잡으려 낑낑대게 만들기도 했다.

 

 

 

낭군: 저 아저씨는 마못 사육사같은데?

 

: 그러게, 재미들리셨나봐.

 

낭군: 우리가 반응을 해주니까 신나신 것 같아.

 

 

 

마못 서커스에 반응하는 건 우리만은 아니었다.

 

차에서 기다리던 아저씨네 막내둥이가 마못이 움직이면 까르르 소리를 내면서 좋아해서

 

아저씨가 그만두시질 못하는 것 같았다.

 

아저씨네 첫째와 둘째는 딱 봐도 외국인인 우리한테 관심을 보였다.

 

헬로와 굿바이 두 단어만 사용해서 인사했으나, 그걸로도 좋아하는 것 같았다.

 

 

 

 

다시 이동 시작.

 

한동안 달리다 보니, 판공초 첫 뷰포인트가 나온다.

 

표지판이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나중에 결과를 종합해 보니,

 

판공초는 어느 한 구석도 버릴 곳 없이 예쁜 곳이지만, 사람들이 특히 많이 찾는 포인트는 총 세 곳이었다.

 

판공 뷰포인트, 스팡믹, 메락.

 

판공뷰포인트는 가장 사람이 많은 곳이었다.

 

북인도 라다크 지역 여행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기도 했다.

 

세얼간이에 나왔던 오토바이 장면을 찍은 곳인 듯 했다.

 

관광지답게 세얼간이 영화에서 나왔던, 딱 그 노란 오토바이와, 엉덩이 의자들, 깡통들이 좍~ 진열되어 있었다.

 

사진을 찍으려면 각 아이템당 개인별 50루피를 받고 있었다.

 

사람들이 하도 복작거려서 사진찍는 건 패스.

 

비교적 한적한 곳을 찾아 우리끼리 사진을 찍고 놀았다.

 

 

오토바이로 돌아와보니 젊은 친구들이 우리오토바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모른척 슬슬 접근했더니 급기야 우리 오토바이 위에 올라가서 포즈를 취한다. 

 

다른 친구는 우리를 눈치채고 웃기 시작한다.

 

 

 

 

하늘을 보니, 흐리게 구름 잔뜩이었던 하늘이 조금씩 개고 있었다.

 

 

 

: 30분만 더 기다려볼까? 날씨 더 좋아질 것 같은데?

 

낭군: 그럼 배고픈데 모모나 먹을까?

 

: 좋아

 

낭군: 저 위에 모모헛 이라는 간판이 있었어. 거긴 모모를 하겠지.

 

 

 

모모와 누들을 함께 주문해서 먹었다.

 

하늘은 쉽게 개질 않았다.

 

아까보다는 조금 나아진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이동.

 

스팡믹으로 가는 길은 포장이 되어있어서 동영상 촬영을 하며 여유롭게 이동했다.

 

 

 

 

낭군: 저건 뭐야?

 

 

 

족히 20명은 되어보이는 오토바이팀들이 멀쩡한 메인 도로를 놔두고 샛길 비포장으로 질주해서 줄줄이 들어가고 있었다.

 

 

 

: 에휴.. 오토바이 투어라고, 일부러 비포장을 골라서 가나보다. 맵스미에는 위 아래 두 군데로 전부 스팡믹 가는 길이 있다고 나와.

 

낭군: 우린 윗길로 가자

 

: 그래

 

 

 

하고.. 좋아보이는 길로 들어서려는데, 택시들도 전부 비포장 샛길로 빠진다?

 

뭐야.. 우리도 가야하나?

 

 

 

낭군: 다들 저쪽으로 가는 이유가 있겠지. 쫒아가보자.

 

 

 

그렇게 좋아보이는 길을 포기하고, 앞의 오토바이와 차들을 쫓아가보니, 포인트가 있었다.

 

스팡믹쪽 포인트는 스팡믹 마을에서 걸어나와서 바로 볼 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 걸어나오는 사람들도 몇 있었지만)

 

어느정도 마을에서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다들 가는길에 들리려고 굳이 비포장으로 왔던 거였다.

 

이 곳도 판공뷰포인트와 마찬기지로, 오토바이와 엉덩이 의자 등이 있었다.

 

 

 

: 우리도 할까?

 

낭군: 그래, 기념인데.

 

 

 

배경이 어디가 좋을까를 탐색하며 기웃거리다, 오토바이 포토 포즈가 죽여주는 아저씨를 발견했다.

 

엉덩이를 쭉 뒤로 빼고, 어깨에 힘을 주어 팔꿈치를 직각으로 만들어주는 게 포인트였다.

 

아저씨의 포즈를 구경하며, 나도 용기를 내서 시도하기로.

 

아저씨가 했던 것처럼 팔꿈치에 힘을 주고 몸을 돌려봐도 느낌이 안 산다.

 

낭군도 함께했다.

 

 

 

웃긴포즈아저씨: 네 여자친구 잠깐 빌려도 될까?

 

: 저 와이프예요

 

웃긴포즈아저씨: , 네 와이프랑 같이 사진 찍어도 될까?

 

낭군: 부인 괜찮아?

 

:

 

 

 

그렇게 웃긴 아저씨를 우리 카메라에 담았다.

 

 

 

낭군이랑 같이 엉덩이 의자에도 앉았다.

 

세 명이 꽉 차야 하는데, 둘이 찍으려니 조금 아쉬운 감은 있었다.

 

그렇게 사진찍기 놀이를 한참 하고 이제 진짜 스팡믹으로 이동.

 

 

 

우린 어딜 예약하고 다니는 타입은 아니라서, 직접 발로 뛰며 숙소를 매일 구해야 한다.

 

첫 번째로 들어간 홈스테이 방은.. 말 그대로 너무 충격이었다.

 

 

 

낭군: 어때?

 

: 저녁, 아침 포함 1,200루피인데 방 컨디션은 최악이야. 우리 여행했던 모든 나라를 통틀어서 최악이야.

 

낭군: 다른 데 가보자.

 

 

 

내 끔찍한 반응에 낭군이 안 되겠던지, 방을 보지도 않고 방향을 틀었다.

 

스팡믹 마을 내부의 길은 자갈도 아니고 큰 돌이 콕 콕 박혀있는 울퉁불퉁한 비포장 오르막 내리막 길이라,

 

우리 오토바이로 이동하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찾은 숙소는 방 전체에 심각한 꼬린내가 배어 있었다. 심지어 가격은 1,400루피.

 

 

 

낭군: 이런 상황이면 차라리 화장실 없는 방이 낫겠다. 냄새가 너무 심해. 부인 어떡할래?

 

: 길이 너무 안 좋아서 돌아다녀보자고 못하겠어. 적당히 대충 들어가자.

 

낭군: 그럼 한 군데만 더 보고 결정하자.

 

 

 

세 번째로 찾은 숙소는 가격은 1,400루피였으나, 앞의 두 숙소보다는 아주조금 방 컨디션이 더 나았다.

 

포기하고 그냥 묵기로 했다.

 

 

 

낭군: 우린 저녁 안 먹을거예요. 그럼 얼마죠?

 

직원: .. 그럼 1인당 500루피 줘.

 

낭군: 1,000루피에 아침 포함인거죠?

 

직원: 아니, 방값만이야.

 

낭군: 우리 아침식사는 필요해요.

 

직원: 그럼 600루피씩 줘

 

낭군: 알았어요. 1,200루피에 아침 포함이예요?

 

직원: 오케이

 

 

 

방으로 들어오긴 했는데..

 

먼지를 뒤집어쓴 옷을 입은채로 침대 끝에 걸터앉아도 전혀 양심에 찔리지 않는 비주얼이다.

 

이 곳 침구류를 몸에 닿게 해도 되는지를 모르겠다.

 

 

 

낭군: 숙소 진짜 충격이다.

 

: , 심지어 마추픽추에서 빈대 많았던 방도 겉으로 보기에는 컨디션이 훨씬 나아보였어.

 

 

 

마추픽추 여행 때 진짜 유일하게 숙소 예약 안 한걸 후회했었는데,

 

그때 한 80개 정도의 숙소를 모두 찾아다니며 발품팔아서 가장 마지막에 간신히 빈 방을 찾았던 곳이었다.

 

그러니, 그 곳에서 80번째로 제일 나쁜 숙소였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 스팡믹 숙소와는 비교조차 안 됐다.

 

노르웨이, 뉴질랜드의 텐트 생활도, 라오스 베트남의 저렴한 숙소도 이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이 숙소에서 잠을 자는 것 자체가 미션이었다.

 

깨끗한 내복을 위아래로 모두 입고, 젖은 발은 양말이 없으니 물기를 말려서 팔토시를 발목까지 끼워 신고,

 

베게는 겉옷 점퍼의 바깥 부분을 베게에 닿게 하고 안쪽에 머리를 베고 눕기로 했다.

 

신발은 말려야 하니, 마른 손수건으로 발을 감싼 채 신발을 신고 꾹꾹 눌러 안쪽의 물기를 빼냈다.

 

세수는 고양이 세수를 하고, 화장솜으로 물기를 닦고 스킨으로 피부를 정돈하는 데 그쳤다.

 

아무튼 숙소의 모든 것에 피부가 닿는 일은 없도록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다.

 

저녁식사는 패스하고, 차나 한잔 하면서 경치 구경이나 하자고 다이닝룸으로 갔다.

 

 

 

한국인 아저씨 한 명을 만났다.

 

300루피도 안 되는 가격에 레에서 버스를 타고 아침에 판공초로 오셨다고 했다.

 

별별일이 다 있었다며, 7시간 걸렸는데 오는길의 사건들만 아니면 5시간에도 왔을 것 같다고 하셨다.

 

 

 

아저씨: 저는 레에 26일날 들어왔어요.

 

: 그럼 고산은 적응 되셨어요? 괜찮으세요?

 

아저씨: 어제는 머리가 아프고 콧물도 나서 오늘 판공초 버스티켓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괜찮더라구요.

 

: 고산 적응이 굉장히 빠르시네요.

 

아저씨: 작년에 ABC를 했는데-네팔 히말라야요. 괜찮더라구요? 그래서 올해도 용기를 냈죠.

 

 

 

연세가 꽤 많이-눈대중으론 한 65-돼 보였는데, 진짜 굉장한 분이다 싶었다.

 

밖은 해가 지며 판공초에 노을이 져서 더 따스한 느낌으로 변했다.

 

밖으로 나가 사진 몇 장을 찍었다.

 

그리고, 계획한 대로 꼼꼼하게 우리 몸을 보호하며 잠이 들었다.

 

피곤해서였는지, 기가막히게도 고도 4,500미터인 이 지역에서, 엄청 잘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