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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19 인도 라다크

2019 인도 잔스카르 20일차-라마유루 야폴라고지

2019.8.9.

 

 

8시 넘어 일어나서 짐을 싸고 아침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올라갔다.

 

간단히 먹을 걸 주문했는데, 아침식사가 나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샐러드, 토스트, 오믈렛 전부 내가 만들어도 10분이면 될 것 같은데, 식사가 나오기까지 30분 넘게 기다린 느낌이다.

 

... 출발 시간이 점점 늦어진다.

 

 

낭군: 부인, 라마유루 곰파는 진짜 안 볼 거야?

 

: 낭군 보고 싶으면 봐도 돼.

 

낭군: 부인은 관심 없어?

 

: , 관심은 1도 없어. 근데 보기 싫은 건 아니니까 낭군 본다면 같이 볼 수 있어.

 

낭군: 여기 유명한 곳이야.

 

: 근데... 아이슬란드에서 교회가 유명하다고 해서 우리가 그 교회들을 다 본 건 아니잖아. 곰파도 똑같은 거 아냐? 인도 곰파들이 유명한 건, 그 내부가 아니라 모든 곰파들이 경치 끝내주는 곳에 지어져 있어서 유명한 거라고 생각해. 그런 의미로 곰파 주변이 경치를 구경하러 가겠다는 거지, 곰파 자체에는 관심 전혀 없어.

 

낭군: ... 아이슬란드에서 우리가 교회를 다 보지 않았지. 부인이 그렇게 얘기하니까 느낌이 팍 온다.

 




 

식사 후 야폴라(Yaopola) 고지로 출발.

 

론니에서 이 지역 방문 추천 순위 5위에 선정된 곳이니 기대할 만 했다.

 

론니에서 추천하는 순위가 항상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는 건 아니었지만, 대체로 추천 장소들 중 도시나 사람들과의 교류와 관련된 추천을 제외하고 자연 경치에 대한 추천이면 믿을 만 하다.

 

, 내 스타일에 맞는다고 표현해야 되겠구나.

 




야폴라 고지는 완라(Wanla)와 판질라(Panjila) 마을을 지나서 들어가게 되어 있었는데,

 

판질라 마을까지도 경치를 처음 보고 멋지다고 했지만, 판질라 마을을 지나 포장도로가 끊기는 포인트 근처의 경치는 진짜 최고였다.

 

 

: 낭군! 여기 완전 멋있어, 딱 내 스타일이야.

 

낭군: 그래, 부인 스타일이지.

 

: 진짜 취향 확실하지?

 

낭군: 근데 진짜 멋있긴 하다.

 

: 거봐, 낭군도 내 스타일이랑 똑같잖아 좋아하는 거.

 

 

3년 전 론니 책자에서 판질라 마을 이후로는 도로를 새로 깔았다고 하더니, 확실히 판질라 이후 도로는 포장 상태가 조금 더 좋았다.

 

그래도 라마유루에서 판질라 마을을 꽤 지나서까지 전체가 포장된 상태라는 것 자체가 참 감사했다.



 

포장 도로가 끊긴 지점에서 엄청나게 멋진 자연 경치에 감탄을 하고, 그 후로 비포장길을 따라 더 들어갔다.

 

비포장길 안쪽에도 마을은 있었다.

 

 

낭군: 트래킹 하는 사람들이 있다.

 

: 우와.. 여기서부터 걸어가는 거야?

 

낭군: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말을 고용한대. 말이 짐은 실어다 주고, 사람들은 편하게 자기 몸만 걷기만 한다고. 그런 것도 있다고 했어.

 

: 그래도.. 20km를 걷고 싶진 않다. 이런 햇빛에 20km를 걸으면 죽을 것 같아.

 

 

판질라 마을을 지나서 한참을 더 가면, 비포장도로도 끊겨 있다.

 

잔스카르 장글라 지역에서 뻗어 나온 도로와의 사이에 20km 정도 되는 거리만큼 길이 없는데, 이 길을 사람들이 걸어서 트래킹 한다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완라 지역에서부터 걷고 있었고, 어떤 외국인들은 차로 도로 끝까지 이동하는 것 같았다.

 

생각 외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꽤 많이 만났다.

 

 

: 동양인이 없는 거고, 서양 사람들은 많이 하는 구나 이 트래킹...

 

낭군: 처음부터 걷는 사람도 있다고 했는데, 도중에 홈스테이 찾아서 묵고, 레스토랑에서 밥 사먹고 그렇게 계속 하면서 이동하는 건가?

 

: 그래야 되겠지. 여기서부터 계속 걷기엔 너무 심하게 멀어.

 

 

라마유루에서 완라와 판질라를 지나 비포장도로마저도 끊기는 포인트까지의 거리는 지도상으로 재보니 80km가 넘는 거리였다.

 

 

낭군: 지금 도로를 만들고 있다는 곳이 거기야. 지금 이 사람들이 트래킹 한다는 20km 거리.

 

: 근데, 차는 못 갈지 몰라도, 사람들이 걸을 수 있다면 오토바이도 갈 수 있는 건 아닐까?

 

낭군: 계단을 올라갈 순 없잖아.

 

: .. 계단 같은 게 있으면 오토바이도 못 가겠구나. 그럴 수 있겠다.

 

낭군: 우린 도로가 만들어진 다음에 또 오자. 5년 뒤에는 도로가 이어져 있겠지?

 

: , 아저씨가 5년 걸릴 거라고 했는데, 진짜 겨우 20km 도로를 만드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리나?

 

낭군: 설마, 아닐 것 같아. 금방 되겠지.

 

: 그래, 최소한 우리가 다시 올 6~7년 뒤쯤에는 아무튼 완성되어 있을 거야. 15년쯤 시간이 지나면 자연 경관도 훼손 되겠지만, 겨우 그 정도 뒤면 도로는 완성 되어 있고, 경치는 많이 훼손되지 않았을 것 같아. 다시 오기 딱 좋은 기간인 것 같아. 꼭 다시 오자.

 



 

우리도 비포장 도로 끝까지 들어가진 않았다.

 

비포장 도로 도중에, 계속 강가를 따라 트래킹만 가능한 길과, 차로 이동 가능한 비포장도로가 나뉘어 있었는데,

 

지도를 보고 판단해보건대, 트래킹 코스는 목표 지점(잔스카르 방향)까지 가급적 직선으로 뻗어있는 반면, 차가 이용하는 도로는 고개를 굽이굽이 넘어 멀리 라운드형으로 돌아오는 형태라서,

 

대략 추측해 보면 앞으로 한참 동안은 같은 경치를 보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트래킹만 가능한 길과 자동차 길이 갈라지는 지점으로부터 약 10km 정도만 더 들어갔다가 멈췄다.

 

비포장도로를 타고 달렸기 때문에 슬슬 엉덩이가 피곤해지기 시작해서 잠시 쉬려고 멈춘 사이,

 

멀리 앞에 보이던 비구름이 우리 쪽으로 이동해서 빗방울을 뿌리기 시작하는 바람에, 별로 고민하지 않고 그만 가자고 결정할 수 있었다.

 

 

야폴라 고지는 다시 돌아 나오면서 봐도 여전히 멋있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잔스카르의 장글라 지역보다 더 멋있었다고 생각된다.

 

 

: 난 확실히 밸리보다 고지가 훨씬 좋아.

 

 

웅장하고 황량한 풍경이 너무 좋다.

 

북인도는, 구석구석 모든 관광 포인트를 포함하여, 그 포인트까지 이동하는 모든 경로가 내가 좋아할 만한, 내 스타일의 경치들이라 지루할 틈이 없다.

 

오히려, 어느 순간에 사진을 찍고 어느 순간에 동영상 녹화를 시작해야 할지 그걸 결정하기 힘들었다.





 

점심은 라마유루의 내가 좋아하는 게스트하우스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이 지역에서 가장 깔끔해 보이는 곳. 비록 어제 이 집에서 묵지는 못했지만.

 

낭군은 싱가폴 누들을, 나는 볶음밥을 시켜서 먹고 있는데,

 

야폴라 고지에서 만났던 비구름이 이곳까지 이동 한 건지, 바람이 거세지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 .. 여기서 하루 더 묵어야 하나?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잘까 오늘은?

 

 

게스트하우스 가격을 물어보니, 아침식사를 포함하여 2,500루피를 부르신다!

 

....!!! 너무 비싸잖아!!!

 

 

: 1,000에서 1,500루피 정도를 생각했어. 확실히 좋아 보이긴 하는데 2,500은 아닌 것 같아.

 

 

아저씨는 우리가 깎아달라고 하기도 전에, 망설이는 모습을 보시더니 먼저 1,500루피에 아침을 제외하고 방만 제공할 것을 제안하신다.

 

 

낭군: 그래, 2,500루피는 너무 심했어. 아저씨가 처음에 너무 세게 부르셨어. 부인 어떡할래?

 

: 1,500에 아침 포함이면 괜찮은데.. ... 방 가격만 해당되면 어제 묵었던 곳도 나쁘지 않아.

 

낭군: , 나도 그래. 그럼 가자.

 

아저씨: 너희들 어떻게 할지 결정했어?

 

낭군: 아뇨 너무 비싸요, 우리 예산이 그만큼 되지 않아요.

 

아저씨: 너희 예산이 얼마나 되는데?

 

낭군: 1,000루피 안팎이요.

 

아저씨: ..... 그럼 1,200루피에 방을 줄게.

 

: 1,200루피에 방 준다는 거지? 그럼 괜찮은데? 여기서 묵자.

 

낭군: , 여기 묵을게요.

 

 

방 상태는 단언컨대 이 라마유루 지역 모든 숙소 중 가장 깔끔하고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제 우리가 묵었던 800루피짜리 숙소와 비교하면, 1,500루피를 받아도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됐다.

 

다만 내가 800루피짜리 방에 묵어도 그렇게 크게 불편함을 못 느낀다는 점.

 

이 좋은 방이 1,200루피라면 어제의 800루피 방과 비교했을 때 당연히 이 숙소를 선택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 낭군, 아무리 구석구석을 비교해 봐도 어제 800루피 숙소보다 여기가 겨우 400루피 더 비싼 방으로 보이진 않는데? 어느 것 하나도 빠짐없이 어제보다 비교 못 할 만큼 상태가 좋아.

 

낭군: 여기가 1,500루피면 어제 그 집으로 갈지, 여기에 묵을지 고민되는 수준이고, 여기가 1,200루피면 내가 생각해도 당연히 이 집이야.

 

 

전기도 24시간 들어오고, 비록 방에서는 잘 안 터져서 식당이나 거실로 나가야 하지만 와이파이도 상시 가능이다.

 

무엇보다 양동이에 따뜻한 물을 가져다주시는 스타일이 아니고, 욕실에 온수기가 딸려 있다.

 

, 편하게 샤워할 수 있다는 사실.

 

 

낭군이 최종 선택한 방은 창가에 노트북을 두고 의자를 끌어다 앉으면 바깥 경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뷰가 좋은 방이라,

 

나는 이 방에 들어와서부터 잠자기 직전까지 내내 창가에 딱 붙어 있었다.

 

굳이 식당에 나갈 필요성도 못 느꼈다.

 

식당에서 보이는 그 멋진 뷰가 이렇게 방 의자에 앉아서도 너무나 잘 보였으니까.


 



 

방에서 조금 쉬다가 해가 조금 누그러졌을 때 라마유루 곰파를 보러 올라갔다.

 

낭군 말대로 어차피 여기서 묵게 된 겸.

 

.. 곰파 내부는 역시나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그대로, 볼 건 없었다.

 

확실히 밖에서 곰파의 전체 경치를 보는 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확신을 갖게 됐다.

 

다만 낭군과 그냥 좀 걸어 다니며 산책하는 코스로는 좋은 것 같다.

 

곰파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prayer wheels를 시계 방향으로 하나씩 전부 다 돌리면서 소원을 비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

 

곰파들은 딱 그 정도.

 

그냥 북인도 전체에서 가장 유명한 곰파 하나를 딱 찍어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충분하다는 결론이다.

 

감사한 점은, 곰파 입장료가 50루피라서 100루피를 지불하려고 카운터 앞에서 기다리는데,

 

카운터 보시는 분이 자리를 비우셨는지 퇴근하신건지,

 

앞에 앉아계시던 곰파의 스님이 그냥 들어가라고 하셔서 본의 아니게 무료로 관람하게 됐다.

 

어차피 곰파 입장료라고 해봤자 매우 저렴하긴 하다.

 

아주 아주 최소한의.. 곰파 유지비용이라는 느낌?


 



 

낭군: 저녁은 뭐 먹을까?

 

: 피자 먹을까? 어차피 다른 거 시켜도 부인이 입에 안 맞아서 얼마 못 먹을 것 같아서. 피자 하나 시켜서 같이 먹자.

 

낭군: 그래, 여기서 화덕에 구워줄 리는 없고, 이미 만들어진 냉동피자 느낌이야. 어쨌든 피자가 가장 실패 확률이 적지.

 

 

그런데 생각 외로 맛이 있어서 피자 한 판을 먹어치운 후 파스타 한 접시를 추가로 주문해서 먹어버렸다.

 

배는 불러서 기분은 좋았으나... 살살 아프던 위염이 더 심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