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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19 인도 라다크

2019 인도 라다크 22일차-레에서 델리, 한국으로

 

2019.8.11.

 

 

6시에 눈을 뜨려니 참 힘들다.

 

820분 비행기로 델리로 이동해야 해서 어제 미리 물어봤더니,

 

적어도 630분에는 택시를 타고 출발해야 한다고 들어서 미리 콜택시로 예약을 해 둔 터였다.

 

6시 정각에 힘겹게 눈을 뜨고 부랴부랴 샤워를 했다.

 

델리에서 인천으로 이동하는 비행기가 23시이다 보니, 하루종일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다 비행 시간도 10시간이 넘으니,

 

어제 샤워를 했어도 오늘 아침에 다시 씻어야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의 바쁜 30분 동안 우리 둘 다 샤워를 마치고 짐을 옮기고 아침식사까지 끝냈다.




 

레 공항은 도착했을 때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입구에서부터 비행기표를 검사하고, 몸수색도 격하게 했다.

 

아무리 여자와 남자를 따로 분류해서 검사하긴 하지만, 매우 심하게 기분 나쁠 정도였다.

 

덕분에 몸수색이 끝난 모든 외국인들의 표정이 아주 볼만하다.

 

하필 오늘따라 그런 사람이 배치된 건진 모르겠지만,

 

레 공항의 몸수색 담당 여자직원이든 남자직원이든 우리나라였으면 전부 즉시 성추행 고발감이다.

 

감옥에서 몇 년 지내봐야 이 인간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 낭군 아까 몸수색할 때 왜 웃었어?

 

낭군: 너무 심하게 해서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어.

 

: 다음번엔 웃지 마, 아저씨를 째려봐 줘. 웃으면 기분 나쁜 줄 모를 것 같단 말야.

 

낭군: 한국에서 이렇게 하면 문제가 심각할 것 같더라.

 

: , 낭군 차례 전에 어떤 남자는 긴바지를 입었는데, 신발이랑 양말 사이에 뭐 없는지도 빼서 다 검사하더라.

 

낭군: ...

 

 

레 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곳들에서는 아무리 인도여도 몸수색할 때 어느정도의 예의가 있었는데, 레 공항은 예외다.

 

솔직히, 내가 갑의 입장이면 직원교육 똑바로 시키라고 조목조목 따지면서 신랄하게 비판했을 판이다.

 

을의 입장인데다 소심하게 쭈그러지는 사람이라 입도 뻥긋 못했을 뿐이지..

 

이 때 기분나빴던 이유로 꽤 몇 시간 동안, 인도에서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을 때마다

 

'아니, 인도는 인구가 10억이나 된다며 사람들 데려다 이거나 하지 왜 일을 이렇게밖에 못해!'

 

라는 불평을 아무도 못 알아듣는 한국어로, 그것도 낭군만 들리게 작은 소리로 여러 번을 토로했다.

 

몇 년 지나면.. 레 공항 직원들도 우리나라처럼 사람들의 대중적인 생각이 좀 변하면서 달라지겠지.. 라고 생각해 본다.


사실 일기쓸때는 매우 분노했었는데 생각해보면 이 지역이 워낙 정세가 안정되지 않은 국경지역이라 그런갑다 하고 이해되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북한 왕복이 가능해지면 국경에서 이정도 검색할려나?



 



 

 

델리 공항은 비행기 시간이 6시간 전 쯤부터 입장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린 낭군의 천재적인 술수로 일찍 입장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어차피 출발 4시간 전에나 짐을 부치고 표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도착 라운지 두 곳, 출발 라운지 두 곳, 총 네 곳의 라운지를 돌며 시간을 때우려고 했던 애초의 계획이 무산됐다.

 

 

낭군: 델리 밖에 나갔다 올까?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데..

 

: 나가봤자.. 너무 더워서 땀만 날 거고, 사기꾼들만 많이 만날텐데 뭐. 그냥 공항에서 편하게 책이나 보면서 있자.

 

낭군: 그래 알았어.

 

 

점심으로 햄버거와 콜라를 사먹고, 오후에 간식으로 크리스피 도넛을 한 개 사먹었다.

 

 

: 아아아~~~ 너무 속상해! 크리스피 있는 줄 알았으면 햄버거 안 먹었을텐데! 돈 내고 맛없는 거 먹었잖아 아 속상해.

 

 

안그래도 한국에 도착하면 크리스피 도넛을 잔뜩 사서 배부르게 먹고 싶다고 생각 했었는데,

 

끝에 도넛 가게가 있는 줄 모르고 맛 없는 햄버거를 사먹어서 매우 속상했다.

 

티켓팅을 하고 나면 안쪽에는 유명한 패스트푸드점들이 많지만, 어차피 우리는 안쪽에서는 라운지를 이용할 예정이라 소용이 없다.

 

이 곳, 밖에서 어떤 걸 먹을지 결정하는 게 중요하지.

 

 

이미 인도로 출발하기 하루 전날 한국에서 구입했던 다섯권의 책은 모두 읽었고,

 

오늘을 위해 어제 밤에 추가로 구입한 두권의 책 중 한 권을 읽고 나니 티켓 발권 시간인 7시가 됐다.

 

짐을 부치고 드디어 라운지에 입성.. 하기까지도 참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올 때도 느꼈지만, 라운지는 깔끔하긴 하되, 음식이 전부 인도 스타일이다.

 

의외로 인도 현지식에서 만나지 못했던 닭고기 요리가 맛이 있어서 낭군이 꽤 많이 가져다 먹었다.

 

나는 조각케익과 오렌지주스, 오이가 제일 입에 맞았던 것 같다.

 

인도 사람들은 대부분 맥주나 와인을 받아서 마셨다.

 

술을 참 좋아들 하는구나..

 

하긴, 레에서 카르길까지의 메인 도로에 있던 각종 표지판들을 보면,

 

술과 관련된 경고 문구가 꽤 있었던 것 같다.

 




공항에서는 위염이 극도로 심해져서 약국엘 들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비누와 히말라야수분크림을 사러 잘 들린다고 하는 가디언즈 약국엘 먼저 갔는데,

 

?!!! 위염 약이 4,000루피라고?!!! 아우 씨... 이 사기꾼들!!!!

 

낭군이 깜짝 놀라서 몇 번이나 다시 물어봤지만, 대답하는 가격이 똑같다.

 

본인들도 비싼 걸 아는지, 현금 말고 카드를 달라고 한다.

 

 

: 낭군, 사지마! 내가 그냥 10시간 아픈 거 참고 말래! 4,000루피가 말이 돼? 이건 사기지!

 

낭군: 나도 왠만하면 사려고 했는데, 무슨 약이 9만원이야.... 이건 좀 너무..

 

: 괜찮아, 사지마! 사기를 쳐도 정도가 있지 이건 너무 심하잖아. 안 먹어. 버틸 수 있어.

 

 

낭군은 마음에 걸렸는지 탑승을 기다리는 나를 의자에 두고 다른 곳 한 곳만 더 가보겠다며 일어섰다.

 

그리고, 조금 뒤에 가디언즈 약국에서 권해줬던 약과 완벽하게 똑같은 약을 약 230루피 정도에 구입해 왔다.

 

 

: ... 그래, 이래야지. 이게 정상이지.

 

 

다행히 약은 효과가 좋았다.

 

탑승 전에 한 번 먹고, 8시간이 지나 탑승 후에 한 번 먹었는데, 집에 도착하고서는 거의 다 나아서 한 번을 더 먹을까 말까 고민할 정도의 수준으로 괜찮아졌다.

 

 

기내에서는 첫 번째 기내식은 패스했고,

 

올 때와 마찬가지로 홍콩에서 잠시 멈춰 청소를 하는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출발하고 나온 기내식은 받아서 과일과 빵만 먹었다.

 

낭군은 낭군 것과 내 것 모두 고기만 골라서 먹었다.

 

.. 정말 낭군은 육식형 인간이야...

 

델리에서의 탑승 시간이 23시를 넘긴 바람에, 이미 몸은 피곤해서, 출발부터 도착할 때까지

 

도중에 몇 번 화장실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는 정말 계속 자면서 이동했다.

 

 

2019년 북인도 여행, 너무 진하게 인상깊었다.

 

5~6년 뒤에 다시 만나자.